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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궤적 1st/수첩/서적 일람: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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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궤적 시리즈]]
==개요==
==개요==
하늘의 궤적 1st 서적 일람
하늘의 궤적 1st 서적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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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통신===
===리벨통신===
===카넬리아===
===카넬리아===
{| class="wikitable"
|-
! 권수 !! 제목 !! 입수 시점 !! 입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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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1권||《제국시보》Ⅰ || 서장 || 연수 직후 로렌트 서쪽 입구 북쪽 집 레토라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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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2권|| 구동 || 제 1장 || 베르테 다리 병사 해럴드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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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3권|| 시스터|| 제 1장 || 하켄게이트 모건 장군과 대면 전 휴게소의 마르코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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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4권|| 육탄 || 제 1장 || 발레리아 호수 가기전 보스마켓의 리브로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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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5권|| 안식의 사자 || 제 2장 || 테레사 원장 습격 직후 루안 입구의 마틸다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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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6권|| 구조의 확인 || 제 3장 || 3장 시작후 클럽하우스 2층 자료실의 퍼플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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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7권|| 여신에게로 || 제 3장 || 중앙공방 습격 사건 후 볼프요새 입구 브르노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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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8권|| 구동 || 종장 || 승차권 반납 직후 에어렛팽 관문의 오터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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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9권|| 카넬리아 || 종장 || 그뤼네 게이트 2층의 세르반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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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10권|| 발동 || 종장 || 대성당 잠입 임무 중 랜딩포트의 랄프에게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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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넬리아 11권|| 제1회 《제국시보》Ⅱ || 종장 || 유리아와 만난 후, 백화점 앞의 안톤 과 대화하고 여성 NPC와 3번 만난 후 안톤에게 대화하여 입수
|}
====제1회 《제국시보》Ⅰ====
====제1회 《제국시보》Ⅰ====


나는 회전문 앞에 서서, 부츠의 뒤꿈치를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코트 옷깃을 올리고 턱을 끌어당기고 유리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지런한 짧은 머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흔한 가죽 코트와 가죽 부츠는 사실 철판으로 보강된 특별 주문품이지만, 보기에는 평범하다.
  나는 회전문 앞에 서서, 부츠의 뒤꿈치를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코트 옷깃을 올리고 턱을 끌어당기고 유리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지런한 짧은 머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흔한 가죽 코트와 가죽 부츠는 사실 철판으로 보강된 특별 주문품이지만, 보기에는 평범하다.
평범한 외견——— 예나 지금이나 나의 직업은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평범한 외견——— 예나 지금이나 나의 직업은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잿빛으로 빛나는 아침 안개 사이로 큰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마치 진자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때때로 행상인의 목소리에 흐름이 끊기지만 그 소리는 바로 흐름을 되찾는다.
  잿빛으로 빛나는 아침 안개 사이로 큰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마치 진자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때때로 행상인의 목소리에 흐름이 끊기지만 그 소리는 바로 흐름을 되찾는다.
제도의 아침은 언제나 회색이다. 판매원의 옆구리에서 잡지를 낚아채고 뒤쪽으로 미라를 던져 준다.
  제도의 아침은 언제나 회색이다. 판매원의 옆구리에서 잡지를 낚아채고 뒤쪽으로 미라를 던져 준다.
잉크의 수수함까지 눈에 익은 《제국시보》. 표지를 열고 회색 지면 위를 눈으로 훑자 문득 숨이 막혔다.
  잉크의 수수함까지 눈에 익은 《제국시보》. 표지를 열고 회색 지면 위를 눈으로 훑자 문득 숨이 막혔다.
사회면 제일 아래쪽에서 그 문자를 찾았다. 나의 시선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사회면 제일 아래쪽에서 그 문자를 찾았다. 나의 시선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인 셀너트」——— 문자가 의미를 잃고 단순한 잉크 얼룩이 될 때까지 같은 행을 바라보았다. 몇 초의 공백 후 마침내 시선은 기사의 마지막까지 흘러내렸다. 기사를 읽는 동안 기억이 과거의 한부분으로 향하고 천천히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들은 3년전,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향해서———<br>
  「아인 셀너트」——— 문자가 의미를 잃고 단순한 잉크 얼룩이 될 때까지 같은 행을 바라보았다. 몇 초의 공백 후 마침내 시선은 기사의 마지막까지 흘러내렸다. 기사를 읽는 동안 기억이 과거의 한부분으로 향하고 천천히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들은 3년전,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향해서———<br>
3년 전 그날 오후의 제도도 변함없이 회색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22세의 나는, 평소처럼 부티크의 문에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미휴트 제도공방》에 가고 있었다. 점주 미휴트에게 새로운 일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3년 전 그날 오후의 제도도 변함없이 회색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22세의 나는, 평소처럼 부티크의 문에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미휴트 제도공방》에 가고 있었다. 점주 미휴트에게 새로운 일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휴트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으로 {{루비|도력기|오브먼트}} 조정이 취미였던 나는 얼마 안 되는 단골이었다.
  미휴트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으로 {{루비|도력기|오브먼트}} 조정이 취미였던 나는 얼마 안 되는 단골이었다.
질퍽질퍽한 골목길을 지나 썩어 가는 나무 문을 빠져나가면 반지하에 있는 공방 입구에 흐릿하게 빛나는 도력등이 보인다.
  질퍽질퍽한 골목길을 지나 썩어 가는 나무 문을 빠져나가면 반지하에 있는 공방 입구에 흐릿하게 빛나는 도력등이 보인다.
미휴트가 나아게 「일」을 주게 된 것은 《백일전쟁》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쯤이었다. 당시 리벨 왕국과 제국의 관계는 최악이어서 도력기의 수입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다. 수상한 놈들과 함께 밀수를 시도한 미휴트는 나에게 운반책을 맡겼다.
  미휴트가 나아게 「일」을 주게 된 것은 《백일전쟁》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쯤이었다. 당시 리벨 왕국과 제국의 관계는 최악이어서 도력기의 수입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다. 수상한 놈들과 함께 밀수를 시도한 미휴트는 나에게 운반책을 맡겼다.
평민 출신에 연줄도 없는 10대의 나는 당연히 그 일을 맡았다. 왕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거의 장물 전문 운반책이 된 것 같지만,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꾸준히 미라를 벌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평민 출신에 연줄도 없는 10대의 나는 당연히 그 일을 맡았다. 왕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거의 장물 전문 운반책이 된 것 같지만,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꾸준히 미라를 벌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눈에 잘띄지 않는 외모의 나는 모자나 바지 속에 물건을 숨기고 국경을 계속해서 왕복했다. 덕분에 내 지갑은 점점 무거워져갔다. 더불어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나는 경박한 필이기도 했고, 재주꾼 루니이기도 했고, 동시에 겁쟁이 크리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휴트는 나를 「토비」라고 불렀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일할 때 사용한 가명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평범하고 눈에 잘띄지 않는 외모의 나는 모자나 바지 속에 물건을 숨기고 국경을 계속해서 왕복했다. 덕분에 내 지갑은 점점 무거워져갔다. 더불어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나는 경박한 필이기도 했고, 재주꾼 루니이기도 했고, 동시에 겁쟁이 크리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휴트는 나를 「토비」라고 불렀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일할 때 사용한 가명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제2회 구동====
====제2회 구동====
  「어서와, 토비. 마침 잘왔어」
  「어서와, 토비. 마침 잘왔어」
그렇게 내게 인사를 하며 미휴트는 카운터에서 뭉그적거렸다. 먹고있단 과자를 무릎 위에 놓고, 설탕투성이가 된 손을 탁탁하고 털자, 어두운 가게 안이 달콤한 냄새와 구운 사과 냄새가 퍼졌다.
  그렇게 내게 인사를 하며 미휴트는 카운터에서 뭉그적거렸다. 먹고있단 과자를 무릎 위에 놓고, 설탕투성이가 된 손을 탁탁하고 털자, 어두운 가게 안이 달콤한 냄새와 구운 사과 냄새가 퍼졌다.
  「마침 물건이 도착했단 말이지」
  「마침 물건이 도착했단 말이지」
미휴트는 상반신을 돌려 뒤쪽의 찬장에서 오래된 잡지에 쌓인 물건을 꺼내주었다.
  미휴트는 상반신을 돌려 뒤쪽의 찬장에서 오래된 잡지에 쌓인 물건을 꺼내주었다.
  「이번엔 뭐야?」 알려주지않은 것은 알면서도 물어봤다.
  「이번엔 뭐야?」 알려주지않은 것은 알면서도 물어봤다.
  「상대는 왕국의 그곳이다」미휴트는 질문을 무시하고 철도와 비행선의 티켓을 건넸다.
  「상대는 왕국의 그곳이다」미휴트는 질문을 무시하고 철도와 비행선의 티켓을 건넸다.
  「토비,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br> 매번하던것처럼 똑똑하게 굴라고」
  「토비,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br> 매번하던것처럼 똑똑하게 굴라고」
내가 싶은 한숨을 내쉬자, 미휴트는 손가락으로 눈 아래를 문질렀다. 그 손에서 또 과자 냄새가 퍼졌다. 그가 손으로 과자를 집어 입에 넣기 전에 나는 가게를 나섰다.
  내가 싶은 한숨을 내쉬자, 미휴트는 손가락으로 눈 아래를 문질렀다. 그 손에서 또 과자 냄새가 퍼졌다. 그가 손으로 과자를 집어 입에 넣기 전에 나는 가게를 나섰다.
나는 옆구리를 통해, 가방 안에서 헌 종이에 싸인 물건이 구르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장물이겠지.
  나는 옆구리를 통해, 가방 안에서 헌 종이에 싸인 물건이 구르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장물이겠지.
딱히 불안은 없었다. 정체불명의 물건을 나르는 것은 익숙했고, 지금까지 어떤 트러블이 있더라도 잘 넘겨 왔다. 실제로 일을 하며 쌓은 경험도 있어서, {{루비|도력 마법|오벌 아츠}} 지식과 솜씨는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역에서 수상한 녀석들을 목격해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는 일은 없었다.
  딱히 불안은 없었다. 정체불명의 물건을 나르는 것은 익숙했고, 지금까지 어떤 트러블이 있더라도 잘 넘겨 왔다. 실제로 일을 하며 쌓은 경험도 있어서, {{루비|도력 마법|오벌 아츠}} 지식과 솜씨는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역에서 수상한 녀석들을 목격해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는 일은 없었다.
승강장은 왕국 방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혼잡했다. 벤치에도 자리가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구 가까이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안을 바꿔 들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남자 2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개찰구 앞, 정확히 제국 문장의 말머리 타일 부근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다. 곧 1명이 더 와서 대화에 합류했다. 지켜보니 녀석들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다. 체격이 굉장히 좋은데다 머리 스타일까지 같은 저 3명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승강장은 왕국 방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혼잡했다. 벤치에도 자리가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구 가까이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안을 바꿔 들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남자 2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개찰구 앞, 정확히 제국 문장의 말머리 타일 부근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다. 곧 1명이 더 와서 대화에 합류했다. 지켜보니 녀석들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다. 체격이 굉장히 좋은데다 머리 스타일까지 같은 저 3명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 3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는 가방을 고쳐 들고 주머니 안에 있는 도력기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주변에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퍼졌다. 도력 기관의 낮은 울음소리가 멀리서 느껴지더니 곧 어깨까지 다가왔다.
  그 3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는 가방을 고쳐 들고 주머니 안에 있는 도력기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주변에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퍼졌다. 도력 기관의 낮은 울음소리가 멀리서 느껴지더니 곧 어깨까지 다가왔다.
  「괜찮을 거야」 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끼익거리는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며, 검은 빛의 쇳덩어리가 선로에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도력기관이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역추진을 거는 것이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인파에 밀리듯 나도 객차의 문 쪽으로 밀려갔다. 차창 옆을 지나갈 때, 순간 개찰구 쪽에 시선이 흘러갔다. 아까 그 남자들은 없었다. 타일로 만든 말의 얼굴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끼익거리는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며, 검은 빛의 쇳덩어리가 선로에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도력기관이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역추진을 거는 것이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인파에 밀리듯 나도 객차의 문 쪽으로 밀려갔다. 차창 옆을 지나갈 때, 순간 개찰구 쪽에 시선이 흘러갔다. 아까 그 남자들은 없었다. 타일로 만든 말의 얼굴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3회 시스터====
====제3회 시스터====
  열차는 안갯속을 달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붙은 물방울이 투명한 줄무늬가 되어 계속 같은 장소에서 몸부림을 쳤다.
  차창에 이마를 붙인 채 손가락으로 티켓 2장을 문질렀다. 왕국까지는 철도로 아득히 먼 남부 국격ㅇ 도시까지 가서 비행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양쪽 다 일등석의 티켓이었다. 객차는 거의 만석이었지만, 내 옆에는 아무도 안 앉았다. 어쩌면 미휴트 녀석이 일부러 비워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그에게도 꽤 벌이가 큰 건수일 것이다
「왕국에 가시는 건가요?」
  열차로 목적지에 절반쯤 왔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통로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3개의 버클로 코트의 가슴 부분을 고정시킨 그녀는 3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하는 적갈색 머리에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양해를 구하는 듯이 쪼그려 앉아 내 옆자리를 가리키며 「저쪽은 담배 연기가 지독해서」라고 작게 말했다. <br>나는 짙은 담배 연기가 떠도는 뒤쪽을 돌아봤다.
  그리고는 말없이 발밑의 가방을 창문 쪽으로 끌어당기자 그녀는 인사를 하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후로도 그녀는 빈번하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도력기 관련으로 왕국에 가는 중이라고 적당히 둘러대자 자신은 교회의 자선 운동가로 국경 도시에 볼일이 있다고 했다.
「일단은 시스터라고 불리고 있어요」그녀는 검은 가죽 부츠를 신은 다리를 꼬고 쿡쿡대며「별명이지만요」라고 덧붙였다.「시스터 카넬리아」 그것이 그녀의 별명이었다.
  나와 시스터 카넬리아는 잡담을 이어갔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열차가 숲을 지나자 주황빛이 객석 위를 비추었다. 저녁노을에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붉게 물들자 나는 그녀의 별명인 {{루비|홍요석|카넬리아}}의 유래를 상상했다.
  이윽고 열차가 완만하게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짐을 가지러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이제 습관이 되어 버린 움직임으로 가방과 {{루비|마법|아츠}}용 {{루비|도력기|오브먼트}}를 조사했다. 헌 종이에 싸인 물건도 허리에 묶어 둔 도력기도 무사했다.
  정시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차내에 퍼졌다. 목적지 날씨는 비, 좌석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창문에 빗방울이 튀고, 검푸른 도시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물방울로 인해 퍼져 보이는 역의 신호등이 왜곡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금속음, 도력 기관의 추력 반전으로 인한 충격.
  수화물 관리에 유의하라는 방송이 들리자 승객들은 제각각 통로에 섰다. 빗속에서 수기를 흔드는 역무원의 제복을 보면서 나도 가방을 안고 일어섰다.
  통로에서 시스터 카넬리아와 마주쳤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고 했을 때, 돌연 그녀가 내 쪽으로 넘어진 듯 이쪽으로 쓰려졌다. 나의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킨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길을 양보했다. 나는 목례를 하고 먼저 통로를 나섰다. 그 후에 카넬리아가 딱 붙어서 따라왔다. 섬뜩한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도력기가 있는 주머니에 넣었지만 평소의 금속 감촉을 느낄 수 없었다.
  그 순간 강렬한 힘이 나의 손목을 비틀었다. 금속이 튀어나오는 소리와 함께 나의 등, 정확히 신장 부근을 뾰족한 물건이 누르고 있었다.
「찾는 물건이라면 나한테 있어. 토비」
  시스터 카넬리아의 입술이 나의 귀 뒤편에서 희미하게 움직였다.
「움직이거나 소란을 피울 생각은 말아, 토비.
  더 이상 따끔한 맛을 보고 싶지는 않잖아?」
  시스터는 손목을 누르는 각도를 약간 바꾸었다.<br>나의 눈동자 속에서 무색의 불꽃이 튀었다
====제4회 육탄====
====제4회 육탄====
  시스터 카넬리아는 나의 오른팡를 비틀어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다.
「얌전하게 있어, 토비」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손목의 각도는 느슨해지고, 아픔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해하지 마, 토비.
  나는 {{루비|여신|에이도스}}이 보낸 당신의 수호자야」
  그녀는 그렇게 귓전에 속삭이며, 나에게 창밖을 보도록 지시했다.「토비」라며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의 「비」부분이 귀를 간지럽혔다.
  승객들은 천천히 차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br> 카넬리아에게 밀리 듯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면서 창밖의 승강장을 보았다. 개찰구와 이어지는 계단 아래에 그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제도의 역에서도 봤던 그 3인조다.
「극진하게 환영해 주는 것 같네」 그녀의 목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도력기를 돌려줘」라고 고개를 기울이며 호소했다. 카넬리아는 대답히지 않았다. 양쪽에서 인사하는 승무원을 뒤로하고 납빛의 승강장으로 나왔다. 젠장, 이 바보들. 사람이 이런 꼴을 하고 있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야?
  세차게 부는 안개 같은 비에 절반 정도 눈을 감은 나는 젖은 계단을 반걸음씩 천천히 내려갔다. 그 뒤에서 같은 보폭으로 따라오는 카넬리아. 그 녀석들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느 놈들에게 나를 넘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인조와 점점 가까워지자 왼손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계단의 중간 지점에서 갑자기 카넬리아가 말했다. 「토비, 발 밑을 봐」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빗물이 스며든 부츠의 발끝을 보았다. 그리고 숨을 내쉰 순간, 카넬리아가 나를 힘껏 밀쳐 냈다. 발끝에서 나온 물방울의 뒤편으로 천지가 뒤바뀌고 나의 몸은 계단 아래에 있는 녀석들을 향해 등부터 떨어졌다.
  우두둑하며 갈비뼈가 짓눌렸다가 돌아오는게 느껴졌다. 군인 같은 두 녀석과 부딪히고 그 기세로 물웅덩이까지 굴러떨여졌다.승객들의 비명이 마치 열차의 브레이크 소리처럼 들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차가운 타일을 등으로 느끼며 나는 왼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다섯 손가락은 단단히 가방을 잡은 상태였다.
  몸을 일으키다 미끄러진 나는 턱을 부딪히며 쓰러졌다. 열심히 좌우를 둘러봤지만 군인 같은 남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스터 카넬리아의 모습만이 머리 위의 승강장에 보였다. 그녀는 마치 곡식 자루를 메는 것처럼 어깨에 사람을 짊어지고 있었고, 열차 쪽으로 향하고는 선로 아래로 사람을 던졌다. 세계는 아직도 요동치고 있었다.<br>시스터의 부츠 소리가 가까워졌고, 이후 나의 손을 당겼다. 잡았을 때의 위화감을 나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자, 가자. 토비」
  그녀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뛰기 시작했다.<br>구경꾼들이 소리를 내며 길을 열어 주었다. 왼손의 가방이 흔들리며 허벅지를 때렸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드디어 시스터가 손을 놓아 준다. 순간 무언가가 벗겨졌다. 나는 시스터의 양손이 튀어 오른 피에 불게 물들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달리면서 승강장 쪽을 돌아보았다. <br>나를 마중 나온 3명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제5회 안식의 사자====
====제5회 안식의 사자====
  식은 팬케이크 위의 버터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포크를 집어 찌르고, 뒤집고, 뭉갰다. 그러는 동안 점점 접시 위의 물건에 흥미가 사라졌다. 내 머리 위에서 램프가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고, 벌꿀색의 빛이 흔들거린다.
  비는 그칠 것 같지 않다. 창문 뒤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대고 완전히 어두워진 거리의 모습을 엿본다.역은 길 건너편에 있지만, 우리가 있는 펍에서는 그냥 건물의 그림자만 보일 뿐, 승강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하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시스터 카넬리아가 돌아왔다.
「당분간 추격자는 오지 않을 거야」 그녀는 네모난 천 조각을 펼쳐 냅킨처럼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런 그녀의 손을 보고 있자니 끈적거리는 피 냄새가 다시 떠오른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지?」
「구조가 그래」
  종업원이 시스터 앞에 소리를 내며 접시를 두고 갔다. 1장의 구운 고기가 담긴 접시를 눈앞으로 끌어당긴 시스터는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빨았다.<br>나는 포크를 놓고 의자에 깊에 기댔다. 창밖의 도시는 푸른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시스터 카넬리아가 스테이크를 전부 뱃속에 넣었을 때는 어두운 밤의 색으로 물들었다.
「어째서 추격자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나는 다시 물었다. 카넬리아가 검은 빵으로 접시를 닦으면서 말했다.
「3인 1조가 녀석들의 기본이야」 대답하다 막 생각났는지
「녀석들은 《{{루비|엽병단|예거}}》이야」 라고 덧 붙였다. 나는 승강장에서 본 남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엽병단》은 일부 용병들에게 주어진 명칭이라고 옛날에 미휴트가 알려 준 적이 있다. 미라를 쫓아 움직이고 미라만 넉넉히 준다면 그 누구라도 따른다고 한다. 「전쟁광에 국적도 신경 안쓰는 놈들이야, 괜히 얽히지마」 미휴트가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발을 뻗어 가방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이야기는 간단해」 시스터가 디저트에 손을 뻗었다.
「토비, 당신은 위험한 물건을 나르고 있어, 그래서
  누군가 《엽병단》을 고용해서 당신을 없애려는 거야」
「놈들의 목적은 내가 아니야, 짐이지」
「똑같은 거야」 카넬리아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가방을 조사하기 전에 주인을 죽일 걸
  스테이크를 굽기 위해 소를 죽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빛나는 나이프로 애플파이를 잘랐다. 황금빛 조명 아래 설탕이 춤을 췄다. 바늘에 찔린 듯이 위가 아파온다. 미휴트는 지금 어쩌고 있을지 생각한 순간 시선 끝에서 시스터의 손이 멈췄다.
  사냥개 같은 눈빛으로 어둠을 노려보더니 그녀는 뭔가 빛나는 것을 테이블 위에 내던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것은 나의 {{루비|도력기|오브먼트}}였다.
「어디 가?」 라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시스터 카넬리아는 빠르게 코트의 버클을 잠갔다.
「당신 괜찮은 취미를 가지ㄱ 있네」 다리를 한쪽씩 의자에 올리고 부츠 끈을 묶었다.
「그 도력기를 구동할 정도면 대단한 거야
  유격사가 되더라도 활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어디에 가냐고」 나는 초조하게 다시 물었다.
「걱정하지 마」 라고 하는 그녀.
「어차피 내일 아침에 또 만나게 될 거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시스터는 화장실 입구로 사라졌다. 동시에 2명의 남자가 가게에 들어왔고, 곧장 이쪽 테이블로 와 멈춰 섰다. 가슴에 빛나는 {{루비|문장|엠블럼}}을 한 그들은 나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유격사 협회다. 식사 중에 미안하지만 협조해 다오」
====제6회 구조의 확인====
====제6회 구조의 확인====
  테이블 위에는 내 {{루비|도력기|오브먼트}}와 빈 가방과 낡은 종이에 싸인 물건이 나란히 있었다. 유격사는 나의 얼굴과 테이블 위의 물건과 비교하듯 번갈아 보고는. 가죽 장갑을 낀 오른손을 과시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가게 된 곳은 펍의 2층이었다. 유격사는 면밀히 방의 배치를 확인하고 가장 안쪽의 방에 나를 데려갔다. 아무래도 이근처는 협회의 지부가 없는 모양이었다. 처음 내 앞에 앉은 것은 마른 쪽의 사람이었다. 이름은 들었지만 곧 어느쪽이 클레이인지 파블인지 잊어버렸다. 몸수색이 끝났을 때 손에 장갑을 끼운 사람 즉, 파블인지 클레이인지가 되돌아와 상대에게 귓속말을 했다. 결국 시스터는 찾지 못한 듯했다.
  그들의 관심은 시스터 카넬리아와 《엽병단》에 집중되었다. 카넬리아에 대해서는 열차 안에서 들은 내용을 전부 말했고 나는 피해자인 양 반대로 그녀에 대해 물었다. 실제로 나는 피해자였다.
「그 여자는 셀너트, 아인 셀너트」마른 남자가 수첩을 읽었다. 「원래는 《엽병단》의 구성원으로 현재 소속과 활동 내영은 불분명하다」
「뭐, 선량한 시민이 상대할 만한 자는 아니지」
  장갑을 낀 남자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고 헌 종이에 싸인 물건에 손을 뻗었다. 나의 상태를 확인하며 물건을 중앙에 펼쳐 놓았다. 나온 것은 점토가 붙어 있는 금속 덩어리였다.
「연구 기관에 전하는 중」 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도 않은 손님의 주소를 알 주었다. 유격사들은 빠짐없이 메모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유격사들과 한 방에서 자게 되었다. 역에서 생긴 사건으로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다음날 지부에 가게 되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아침까지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출과 함꼐 눈을 떴다. 평온한 아침의 방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격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복도에서 그들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상의 소매에 팔을 통과시킬 때 팔꿈치에 통증이 오면서 그녀가 떠올랐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을 느끼며 몸단장을 대충하고 나는 {{루비|도력기|오브먼트}}의 조정을 시작했다. 뒤쪽 뚜껑을 열고 기름칠한 가죽으로 쿼츠를 집어 올렸다. 다른 슬롯에 넣고 가벼운 마법 중심의 구성으로 바꾸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1개씩 나사를 원래대로 하고 뚜껑을 닫으니 마음이 안정되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때, 숙소 직원으로 보이는 키 큰 여자가 세면용으로 뜨거운 물을 가지고 왔다. 김이 피어나는 대아를 테이블에 올리고 여자는 조용히 침대 시트를 벗기려고 했다. 침대에서 쫓겨난 내가 어쩔 수 없이 대야로 향했을 때 열려 있는 문 너머로 2개의 그림자가 연속하여 가로질러갔다. 「왔다」 나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손에 비누를 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게 문을 닫고, 열쇠를 걸고, 벽 앞에 섰다. 벽 너머로 노성과 몸싸움을 하는 소리가 엇갈렸다. 허리의 쇠사슬을 당겨 방금 조정한 도력기를 꽉 쥐었다.
  유격사는 2명, 아까 본 자들도 2명. 나를 더하면 머릿수는 앞선다. 문 쪽에서 방향을 바꾸었을 때, 또 다른 생각이 스치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2명이라고?」 분명 시스터는 「3인 1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또 한명은 어디에——— 스스로의 물음에 얼 붙은 내 목을 무언가가 휘감고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넘어졌다. 내 시야에 여자의 핏발이 선 눈이 보였다. 대야를 가지고 온 그 여자였다. 손에 있는 도력기를 사용하여 나는 넘어진 채로 마법을 사용했다. 압축된 공기가 나의 허벅지를 통과하여 여자를 그대로 창문까지 날려 버렸다. 흰 리넨과 선혈이 바람을 꿰뚫고 나간 자국을 따라 소용돌이처럼 휘감았다.
====제7회 여신에게로====
====제7회 여신에게로====
  실바람 소리가 울리고 나는 숨을 들이켰다. 도력기를 쥔 채 손으로 목을 감고 있는 시트를 풀었다.<br>옆으로 눕자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어떤 움직임이 느껴졌다. 《엽병단》의 여자가 마치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난 것이다. 배에 한발의 {{루비|마법|아츠}}을 맞고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물러선 내 등 뒤로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때 부서진 문과 함께 시스터 카넬리아가 방으로 굴러 들어왔따. 그녀의 팔이 채찍처럼 부드럽게 휘어져 스치자마자 여자 엽병의 목을 쳤다. 여자는 춤을 추듯 공중을 돌며 머리부터 떨어졌다. 연이어 무희처럼 다리를 높이 든 시스터는 바닥에 늘어진 여자의 목을 부츠의 뒤꿈치로 밟아 버렸다.
  슬쩍 나를 보며 손짓을 하더니 시스터는 창문을 통해 지상으로 몸을 날렸다. 마치 발판에서 내려오는 듯이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가방을 끌어안고 그녀를 따라갔다. 떨어지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시스타가 받아 줬고, 우리는 함께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귀에는 열차 출발을 알리는 경적 소리가 들렸따. 시스터가 승차권을 내밀었고, 이를 받기 위해 손에 쉬고 있던 비누를 버렸다.<BR>
  차 안은 신사들의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인쇄한 지 얼마 안된 잡지의 냄새와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몹시 초조해졌다. 제도행 열차에 가방을 안고 탑승하는 것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루비|도력기|오브먼트}}와 마찬가지야」 마법으로 찢어진 내 발을 흰 손수건으로 지혈하면서 카넬리아가 말했다.
「한 번 {{루비|구동|드라이브}}이 걸리면 누군가에게 맞아서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아」 그녀는 반으로 접은 종이를 무릎에 두고 손가락으로 톡톡거리며 가리켰다. 오늘 아침 발행된 《제국 시보》. 몇 줄의 교체 기사가 제도에서 일어난 공방 점주의 변사를 전했다. 미휴트의 진짜 나이를 이때 처음알았다. 「간발의 차이였어」라며 시스터는 잡지를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저 가게에서 5분만 더 있었으면, 토비 당신도 {{루비|여신|에이도스}} 옆으로 갔을 거야」
「모르겠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카운터 안에서 싸늘하게 식은 미휴트의 모습과 헌 종이에 싸인 금속 덩어리를 동시에 떠올렸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쩨서 이런 물건을 위해 죽는단 말인가.
「《아티팩트》이기 때문이야」라는 시스터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고대 유물? 그런 물건 지금까지 계속 운반하고 있었다고」
  《아티팩트》는 고대 문명의 유산으로 도력기 같은 정체불명의 기구를 말한다. 골동품으로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내가 밀수해 온 장물 중에서도 그럴 듯한 물건이 꽤 있었다. 대개는 이번 물건과 같이 흙투성이라서, 나는 별난 취미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조금 달라 토비. 이번 물건은 다르다고」
  카넬리아는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저건 살아있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나는 그녀의 눈을 봤다. 「지금도 움직인다는 말이야. 어떤 힘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스터는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것이 발굴된 것은 30년 전, 제국 영내———」<br>
  시스터가 말해준 금속 덩어리의 이야기는 귀족들이 벌인 암투의 역사, 그 자체였다. 권력자의 교체에 따라 《아티팩트》도 손에서 손으로 건나 갔다. 그러나 《백일전쟁》 직후, 행방불명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제도에 나타났다」 차내에 도착 시각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고 시스터는 꼰 다리를 바꿨다.
「저걸 노리는 놈이 《엽병단》을, 그리고 교회에서는 나를 파견했어. 당신과 《아티팩트》를 노리는 녀석들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br> 나는 발밑의 가방을 응시했다. 열차는 조용히 속력을 낮추기 시작했다.
====제8회 구동====
====제8회 구동====
  신사들 사이에 숨어 우리는 좌석 사이를 지나갔다. 가방이 무릎 옆을 부딪힐 때마다 나는 가방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고 말았다. 마치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몸에 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저렴해 보이는 보자기 안에 《엽병단》이 혈안이 되어 찾고 있는 고대의 유물이 들어 있다. 어리석은 미휴트. 이건 우리에게는 과분한 물건이다.
「내리면 교회로 가는 건가?」 눈을 질끈 감고 내 뒤에 서있던 카넬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그럴 생각이야」 그녀는 넌지시 차창을 보면서 내게 대답했다. 「당신이 살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어」
  끊임없이 열차가 도착하는 아침의 역은 승객으로 대단히 혼잡한 것 같았다. 제도의 하늘은 여느 때처럼 약간 흐림. 모두들 윗도리의 옷깃을 세워 겨울 갯벌에서 몸을 맞대는 물새처럼 그저 가만히 승강장에 서 있었다.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시스터는 「이번에는 안 할게」 「당신이 총 세 명이었다면 생각해 봤겠지만」이라 말했다. 아무래도 마중 나온 사람이 꽤 있는 듯했다. 「이거 불리하겠는걸」 이라는 시스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개찰구로 나가는 건 무리야」
  우리는 행렬에서 빠져나와 승강장과 반대쪽의 문을 열고 선로의 침목으로 뛰어내렸다. 선로 위를 제도의 찬 바람이 지나갔다. 우리는 연결 통로를 지나 화물 열차 뒤에 붙었다.
  화물 승강장에는 작업원들이 컨테이너을 짐을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밀수 운반자에게 역의 부정 출입은 초보적인 기술이었다. 나는 승차권을 보여 주며 작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연예인과 그 매니저라고 하는 상투적인 스토리다. 이를 설명하는 도중에 시스터 쪽을 가르켰다.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는 그녀. 오페라 가수라고 했는데 마치 술집의 가희 같았다. 그래도 작업원은 흔쾌히 우리를 안내해 줬다.
「토비, 역시 당신은 솜씨가 좋아」 창고 거리를 달리면서 시스터가 말했다. 「진심으로 다른 작업을 생각해 보는게 어때?」
「유격사가 되라는 거지?」 나는 어차피 거절할 걸 알면서도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시스터, 당신이야말로 유격사가 되는 건 어때?」
  정확히 시내에서 벗어나는 지점의 철망 앞에서 우리는 멈춰 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시스터는 나의 질ㄹ문에 배수구 뚜껑을 열면서 웃었다.
「지부에 들어가는 순간 살해당할걸」
  구불구불한 바위 터널은 제도의 밑바닥 어디까지고 계속 되고 있었다. 기어가는 우리의 앞을, 거리의 빛이 마치 가로등처럼 비춰 주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들의 구두가 눈앞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이쪽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얇은 돌 건너에 있는 지상 세계를 눈부시게 응시했다. 《엽병단》,《아티팩트》, 이유 없이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죽음. 지금까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 나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터널은 드디어 높은 천장의 하수도와 만났다.
「여기를 통해서 성당 근처까지 갈 수 있어」
  시스터 카넬리아는 한쪽 눈섭을 치켜들며 머리 위를 가리켰다. 「위로 가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교회가 습격당하면 어쩌지?」 내가 물었을 때 멀리서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시스터는 내 손을 잡고 진흙 같은 어둠 속으로 향했다.
「걱정하지마, 토비」
  그녀가 말했다.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신앙심만이 아니니까」
====제9회 카넬리아====
====제9회 카넬리아====
  끊어져 가는 도력등의 깜빡이는 빛이 오수 표면에 가는 빛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 앞을 시스터가 바람 소리를 남기며 앞지로고 있었다. 발끝 저편의 어둠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쫓아 나는 숨을 헐떡이며 발을 움직였다.
  칠요교회의 성당을 목표로 나와 시스터는 쉬지 않고 이끼 낀 돌 위를 달리고 있었다. 역에서 성당까지 지상에서는 3블록 정도의 거리다. 수문 끝에서 배수구를 오르면 성당 앞 광장으로 나갈 수 있다.
  멀리서 도력등의 빛이 보인다. 시스터는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오른손을 뻗어 다음 블록에서 우회전이라고 알려 줬다. 그대로 그녀는 무언가에 대비하듯 양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시스터 카넬리아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깜빡이는 조명 아래 카넬리아의 몸이 모퉁이로 사라졌다. 한 개, 두 개, 세개. 이어지듯이 둔탁한 충돌음이 났고 무언가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골목을 돈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묘한 자세로 누워 있는 남자로, 나도 모르게 길의 가장자리로 몸을 피했다. 시스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변함없는 보폭으로 달렸다.
「카넬리아다!」
  뒤에서 들리는 노성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따. 한 남자가 모퉁이에 있는 시체 근처에서 쓰러진 채, 피가 흐르는 입으로 외치고 있었다.
「카넬리아가 있다!」
  시스터는 뒤돌아보려하지 않았다. 나도 얼굴을 앞으로 돌려 그녀를 따라갔다.
  수문까지 곧게 뻗은 수로가 사각형의 어둠에 덮힌 채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카넬리아는 상당히 지친 나의 걸음걸이에 속도를 맞춰 줬다.
「저 녀석들 본격적으로 시작할 모양이네」 그녀는 허공을 허공을 음시한 채 말했다.
「아까 저 녀석, 옛 동료야?」
  카넬리아의 적갈색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유격사에게 들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이상은 물어볼 수 없었다. 도력등의 불빛 속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오로지 몸을 앞으로 나아가는데 힘썼다.
「여관에서 싸운 여자를 기억해?」
  갑자기 시스터가 입을 열었다.
「내가 용병을 그만둔 것은
  저런식으로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카넬리아의 옆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저런 식으로 죽을 게 아니라」 시스터는 말을 되풀이하며「어짜피 죽을 거라면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죽고 싶어」라고 말했다.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태로움을 느끼며 그녀 옆을 계속 달렸다. 문득 호흡하는 중간중간, 희미한 물소리가 들린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토비, 당신도 느꼈어?」 시스터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마침내 멈춰 섰다.
「녀석들의 후속 부대가 온 것 같아」
우리는 2개의 수로가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도착했다. 악취를 풍기는 넓은 물줄기 너머로 어스레한 수문이 보였다. 나는 습기 찬 벽에 등을 붙이고 잠시 숨을 골랐다.
「아무래도 매복이 있는 거 같네」 시스터는 강건너를 노려보고 뒤로 얼굴을 돌렸다. 「근데 우회할 시간은 없어」 두 번, 세 번, 그녀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깊게 호흡했다. 나는 땀이 밴 손으로 {{루비|도력기|오브먼트}}를 들고 가방 손잡이를 손목에 둘렀다. 언제나처럼 구드를 학인한 시스타가 몸을 일으켰다.
몸에 달라붙을 듯한 어둠 속으로 우리는 숨을 멈추고 단숨에 뛰어 들어갔다.
====제10회 발동====
====제10회 발동====
  반대쪽을 향해 시스터는 검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단숨에 달렸다. 순식간에 나는 낙오했다.
  수문에서 {{루비|마법|아츠}}이 번뜩이고 연달아 하늘을 가르지만, 어느 것도 시스터에게 닿지 않는다.수로에 침전된 오물이 튀어 올라 폭풍처럼 내게 날아든다. 최후의 마법을 피하며,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적이 있을 법한 물보라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뛰어들었다.
  모래주머니로 만든 벽을 뛰어넘어, 그녀는 양팔을 뻗었다. 엽병들은 지면에 수직으로 무너져 내렸다. 풍차같이 종횡으로 회전하는 시스터의 팔은 칼보다 빨랐다. 그녀의 팔은 상상할 수 없을 각도로 목을 찌르고, 맥을 끊고 지나갔다.
  내가 돌바닥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이미 그녀 이외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따.
「이 앞에 있는 사다리를 오르면 성당이야」 카넬리아 손수건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손을 흔들며 피를 털어 내고 싸움의 여운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후속 부대가 접근하고 있어. 서두르자」
  물을 차며 걷는 낮은 발소리는 이미 귀에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우리는 엽병들의 시체를 넘어 마른 수로로 향했다.
  젖은 돌을 짚고 반쯤 열린 수문을 빠져나갔다. 목덜미에 물방울이 튀었다. 나는 머리에 울리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것은 {{루비|마법|아츠}}을 구동하는 {{루비|도력기|오브먼츠}}의 소리였다.
「토비!」 하연빛이 시야에 가득 찼다. 시스터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어디선가 뻗친 손이 어깨를 잡아 챘다. 내 몸이 뒤로 끌려가는 것과 마법이 포석에 작렬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굉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등부터 지면에 충돌하고 튕겨 올라 다시 배부터 떨어졌다. 하수에 빠진 얼굴을 드니 자욱하게 흙먼지를 토해 내는 수문이 보였다. 그 안에서 악몽처럼 양손에 칼을 든 엽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흙 위에서 나는 발버둥 쳤다. 순식간에 용병들이 땅을 박차며 덤벼들었다. 순식간에 몸을 굴려 칼을 피하고 두 번째 칼은 가방으로 막았다.소리도 없이 천이 잘리며 헌 종이에 싸인 물건이 굴러떨어졌다. 허리의 도력기를 찾았찌만, 손끝에는 도력기가 묶여 있던 쇠사슬만이 남아 있었다.
  내 목을 응시하며 장검을 들어 올리는 용병. 그 뒤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스터였다. 그녀의 손이 마구 움직이더니 용병은 조용히 사라졌다. 칼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시스터는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토비」 고개 숙인 그녀의 볼을 타고, 붉은 줄기 여럿이 흘러내렸다.
「당신도 여신 곁으로 가게 될지도 몰라」
  그녀가 다시 일어섰다. 코트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아까의 {{루비|마법|아츠}} 때문이었다. 나를 놓칠 때 맞은 게 틀림없다. 거품 낀 진홍의 피가 그녀의 가슴을 적셨다. 나는 땅에 떨어뜨린 《아티팩트》를 집었다. <br>젖은 종이를 벗기고 차가운 금속 덩어리를 내 도력기와 함께 쥐었다.
  더 이상 《엽병단》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수문을 가로막고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시스터의 들리지 않는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켰다. 기구가 작동하며 마법을 발사하는 순간, 뺨을 태울 듯한 뜨거운 칼이 스쳐 지나갔다. 순식간에 뒤로 날아간 뒤 앞쪽으로 쓰러졌다. 머리 위로 시스터의 등이 보였다 그 오른팔이 힘을 잃고 어깨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아 약간 아래를 향하자 그대로 미끄러지듯 눈 앞으폴 넘어졌다.
  나는 시스터를 일으키고 공격해 오는 용병을 {{루비|마법|아츠}}으로 날려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셀 수 없는 검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킨 채 몸을 지키듯이 오른손을 치켜 올렸다. 칼이 바람을 가르고 나는 눈을 감았다.
  컴컴한 눈꺼플 뒤에, 끝없는 흰 세계가 펼쳐졌다.
====최종회 《제국시보》Ⅱ====
====최종회 《제국시보》Ⅱ====
  흰 세계에 삼켜진 나는 단단한 지면 위로 던져져 굴러 떨어졌다.
  태양의 냄새가 나는 따뜻한 대지. 천국의 바닥은 돌로 된 듯한 감촉이었다. 손으로 주위를 더듬으니 뻣뻣한 머리카락이 닿았다. 시스터도 나와 함께 {{루비|여신|에이도스}} 곁으로 온 모양이다. 나는 대자로 누웠다.
  주위가  술럭인 것은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시력이 돌아와 확인하니 소녀의 얼굴이었다. 생긋하며 웃는 여자아이. {{루비|여신|에이도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머리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성당에서 시간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 같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났다.
  비둘기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내 곁으로 구경꾼들의 시선이 모였다. 낯익은 거리, 소리, 바람의 냄새. 틀림없이 그건 제도의 성당 앞에 있는 광장이었다.
  나는 오른손을 펴서 미휴트에게 받은 금속 덩어리를 보았다. 금색의 빛 줄기가 《아티팩트》의 표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시스터가 이야기한「살아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점차 약해지는 고대의 빛을 다시 한번 꽉 쥐었다.
  서로의 어깨를 빌려 성당으로 향하는 우리를 색유리 속 날개를 펼친 {{루비|여신|에이도스}}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br>
  그 후, 사건은 차근차근 처리됬다.
  시스타가 피투성이가 되며 지킨 금속덩어리는 성당의 추기경 예하를 거쳐, 두꺼운 문 너머로 사라져갔다. 황실 관계자에 유력 귀족 대리들, 그리고 제국군 장교까지 더러운 흥정이 계속되어 유격사 협회의 조정역을 질리게 하였다.
  나는 시스터 카넬리아의 옆에 있었다. 진짜 시스터들이 그녀를 교회의 긴 의자에 눕히고 코트를 벗긴 후 피로 얼룩진 상의를 절개했다. 그 아래로 사슬갑옷이 보이자 그녀들을 당혹스러워 했다.
  다음날 《엽벼단》을 움직이고 있던 모 귀족은 토지를 받는 대가로 손을 떼기로 합의하였고, 드디어 《아티팩트》는 교회가 관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입막음의 대가를 받은 나는, 곧바로 공화국의 유명한 고급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뒤탈을 없애는 방법이라기엔 내게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 호위로 붙여 준 유격사는 바로 그 파블과 클레이였고, 출발 직전애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시스터에게 안내해 주었다.
  나는 의식을 되찾은 시스터와 약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무렵,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인. 나는 아인이라고 해」 나는 그녀의 새하얀, 더러움을 찾아볼 수 없는 손을 꽉 쥐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나는 《제국시보》에서 그녀의 이름을 봤다.
「아인 셀너트」——— 그리고 그 활자의 끝에는 매우 간결한 기사가 이렇게 이어져 있었다.
『어제 새벽, 제도 시내에서 변사체로 발견.
  사체에는 복수의 외상이 확인됨, 고인은 생전 칠요교회의 자선 사업에 참여하여 각지에서 많은 사람을 구했다.』
  마지막한줄을 읽었을 때 거리에 누운 시스터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에 물든 그녀의 잠자는 얼굴은 몹시 편안해 보였고,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나는 잡지를 말아 들고 가슴에 빛나는 유격사 {{루비|문장|엠블럼}}을 살며시 만졌다. 시스터가 권유했던 유격사가 된 지 2년이 흘렀다. 이제서야 본명을 사용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시스터가 「토비」 라고 귓가에 속삭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 이상 토비가 아니게 된 나는, 뿌옇고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댔다. 기억 속 시스터의 눈동자는 {{루비|홍요석|카넬리아}} 같았다.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어둠속으로 달리는 그녀, 난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본다. 제도의 불빛이 붉게 번지고, 하얀 안개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끝〉


===기타===
===기타===
====실록・백일전쟁====
<blockquote>
<개전>
칠요력 1192년 봄, 한 발의 포탄이 리벨 왕국 북부의 하켄 게이트를 뒤흔들었다. 훗날 『백일전쟁』이라 불릴 침략 전쟁의 시작이자, 사나운 황금 군마가 흰 매를 덮친 순간이었다.<br>
당시의 하켄 게이트는 중세의 성벽을 보강한 것에 불과했던지라. 제국 라인폴트사제 도력 전차가 발사한 도력탄은 손쉽게 성벽 일부를 분쇄했다.<br>
그리고 왕국의 방벽은 비 오듯 쏟아지는 포탄에 의해 돌무더기로 변하고 말았다.
<선전포고>
실은 최초의 포탄과 거의 동시에, 왕도 그란셀에 있는 제국 대사관이 보낸 서신 한 통이 그란셀성의 알리시아 여왕 앞으로 도착해 있었다. 그것은 리벨 왕국에 대한 에레보니아 제국의 선전 포고였다.<br>
외교적 통념으로 볼 때 선전 포고는 「선제 공격 전에 해야」 그 정당성이 확립돠나, 이 경우 시간차는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즉 포탄 발사와 동시에 선전 포고를 행하고 그 착탄을 기해 선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교묘한 정당화가 행해진 것이다. 그것은 도력 통신을 이용한 긴밀한 연계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새로운 외교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br>
<전격 작전>
하켄 게이트를 문자 그대로 분쇄한 제국군은 곧바로 리벨 영토 침략을 개시했다. 총 병력 13개 사단. 이는 모든 제국군 병력의 절반 가까이로, 왕국군의 거의 3배에 달하는 대규모 병단이다.<br>
개전으로부터 겨우 1개월 만에 제국군은 그란셀 지방과 발레리아호의 레이스톤 요새를 제외한 왕국 전토를 점령했다. 왕국의 우방이자 제국과 오랫동안 대립해 온 칼바드 공화국도 그 신속한 전격 작전 앞에 원군을 파견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br>
그리고 제국군은 차이스 중앙 공방과 말가 광산을 접수하고는 왕도의 여왕에게 항복할 것을 촉구했다.
<반격 작전>
개전으로부터 2개월 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형태로 국면이 변화하게 된다. 3척의 군용 경비정이 레이스톤 요새 내에서 개발되어, 노장 모건 장군의 지휘 아래 대규모 반격 작전이 실행된 것이다.<br>
전차를 아득히 뛰어넘는 중장갑고 고성능 도력 병기를 대량으로 탑재하고도 시속 1800세르쥬의 기동성을 실현한 경비정——— 이것을 이용하여 정예 중의 정예로 불리는 독립 기동 부대가 지방 사이를 잇는 관문을 탈환했다.그리고 왕국군의 총 병력이 레이스톤 요새에서 수상정으로 출격하여 각 지방에서 고립된 제국군 사단을 각개 격파한 것이다.
<종전>
개전 3개월 후, 각지에서 저항을 계속하던 제국군 사단 대부분은 항복했다. 제국 본토에서 추가 증원의 움직임도 보였으나, 이 시점에서 칼바드 공화국을 중심으로 대륙 여러 국가가 모여 제국에 비난 성명을 내고 원군 파견의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그런 가운데 칠요교회와 유격사 협회가 정전을 호소, 개전 약 백일 만에 전쟁이 종결되었다.<br>
이듬해 1193년, 왕도 교외 에르베 별궁에서 리벨=에레보니아 간의 강화 조약이 맺어졌다. 배강금을 지불하지는 않았으나, 제국 정부가 「불행한 오해로 빚은 과오」라는 표현으로 정식 사죄 성명을 냈다.
</blockquote>
====루안 경제사 상권====
<blockquote>
<div style="text-align:center; width:auto; margin-left:auto; margin-right:auto;">루안 경제사 ~ 상권~</div>
:: ~ 목차 ~
:서문  경제사와 분석 방법
<ol start="1">
  <li>《도력 혁명》이전의 루안 경제<br>항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도시의 변화<br>상업의 발전과 제3계급의 대두<br></li>
  <li>귀족제 폐지와 지방 경제<br>과점 체제의 붕괴</li>
</ol>
<상권 서문>
경제사란, 사람들의 행위 중 하나인 경제 활동을 역사적으로 되돌아보고, 그 발달 과정과 미래에 대해 고찰하는 학문이다.<br>
《도력 혁명》 이후의 세계는 경제의 역학이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송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와 생산성 향상은 대륙 규모의 물자와 사람의 흐름을 만들어 내었고, 여려 국가 간의 이해는 보다 명확한 구도를 수반하여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br>
본서는 《도력 혁명》 이전부터 순서대로 역사를 더듬어 리벨 왕국, 그 중에서도 이 루안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의 발달에 관한 분석을 진행해 나간다.
</blockquote>
====루안 경제사 중권====
<blockquote>
<div style="text-align:center; width:auto; margin-left:auto; margin-right:auto;">루안 경제사 ~ 중권~</div>
:: ~ 목차 ~
:서문  《도력 혁명》 이후의 세계
<ol start="3">
  <li>루안과 《도력 혁명》<BR>비행선 시대의 도래와 해운업</li>
  <li>《백일전쟁》과 제국<BR>전쟁 전후의 물류 상황<BR>변화하는 《제국》과의 거리</li>
</ol>
<중권 서문>
《도력 혁명》의 은혜는 경제 활동의 기반인 생산과 운송 쌍방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BR>
수공업의 도력화는 노동력의 집약을 거치지 않고 생산성을 향산시켜 중세 스타일의 장인 조합을 기업화, 다양한제품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는체제를 만들어 갔다.<BR>
한편 비행선을 비롯한 운송 기술의 진보는 단번에 경제적 경쟁을 국제화시켜 지극히 실리적인 국가 간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BR>
역으로 말하면, 오느날 어떤 지역의 어떤 분쟁도 배경에서 경제적 대립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blockquote>
====루안 경제사 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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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center; width:auto; margin-left:auto; margin-right:auto;">루안 경제사 ~ 하권~</div>
:: ~ 목차 ~
:서문  《백일전쟁》과 루안
<ol start="5">
  <li>전쟁 후의 루인 경제<BR>새로운 기업가의 등장<BR>관광 자원 개발 정책의 빛과 어둠</li>
  <li>신세대에게 주어진 과제<BR>정기선 항로의 국제화와 루안</li>
</ol>
<하권 서문>
《도력 혁명》 이후, 운송 기술이 크게 진보하는 중에도 여전히 루안 경제의 중심은 항만을 이용한 수출입이었으며, 에레보니아 제국은 그 주된 무역 상대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BR>
따라서 《백일전쟁》 후 제국과의 관계가 냉각화되는 것은 이 항구 도시에 있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사태는 루안의 경제인을 새로운 길로 이끌어, 결과적으로 관광 자원 개발이나 국내 수요를 찾아내는 등의 사업이 개척됐다.<BR>
현제 이 시책들은 점차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지만, 한편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를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blockquote>
====고양이어 일상 회화 입문====
====내일의 요리====
====결정 광학론집====
====에르베 딱따구리의 생태====
====하츠 소년의 모험 상권====
====하츠 소년의 모험 하권====
====31그루의 측백나무====
====루크의 일기====
<blockquote>
『나는 브레이서』
나는 브레이서.<BR>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화를 지키며 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오늘도 의뢰를 받아, 나는 현장으로 향했다.<BR>
목장에 있는 소의 젖짜기. 이것이 내 첫 의뢰였다.
다음 의뢰는 농원의 밭을 가는 것이었다.<BR>
내게는 식은 죽 먹기 같은 일이다.<BR>
그리고 마지막 의뢰는 아이 돌보기다.<BR>
돌보기 정도는 편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어다.<BR>
그 집에는 아이가 일곱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BR>
아무리 나라도 일곱 명의 아이들을<BR>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단 말이지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아 주고, 싸움을 말리고, 세탁과 청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등 애보기 이외의 일도 했으니까 말이야.
나는 배가고프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BR>
길드에 보고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BR>
여기에서 포기하면 폼이 안 살잖아?
겨우 길드에 도착하니 어느 브레이서가 나를 뚫어져라 봤다.
그렇다, 나는 이 마을에서 유명한 브레이서다.
다른 브레이서가 나를 주목하는 것은 언제나 있던 일이다.<BR>
내 성과를 보고 시기하는 거겠지.
어쨌든 나의 일을 보고하기 위해 접수처에 가기로 했다.<BR>
그때 뒤에서 옷깃을 잡아당기는 녀석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마수보다 무서운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주먹으로 내 머리를 때리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집안일도 돕지 않고 언제까지 브레이서 놀이나 하고 있을거냐!」
결국, 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집까지 끌려가서 지겹도록 꾸지람을 들었다.
나쁜 짓은 일체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모욕적이군!
나는 자칭 브레이서.
나는 오늘도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며, 어떤 의뢰라도 해결한다.
</blockquote>

2025년 10월 27일 (월) 02:44 기준 최신판


개요

하늘의 궤적 1st 서적 일람

리벨통신

카넬리아

권수 제목 입수 시점 입수 방법
카넬리아 1권 《제국시보》Ⅰ 서장 연수 직후 로렌트 서쪽 입구 북쪽 집 레토라에게 입수
카넬리아 2권 구동 제 1장 베르테 다리 병사 해럴드에게 입수
카넬리아 3권 시스터 제 1장 하켄게이트 모건 장군과 대면 전 휴게소의 마르코에게 입수
카넬리아 4권 육탄 제 1장 발레리아 호수 가기전 보스마켓의 리브로에게 입수
카넬리아 5권 안식의 사자 제 2장 테레사 원장 습격 직후 루안 입구의 마틸다에게 입수
카넬리아 6권 구조의 확인 제 3장 3장 시작후 클럽하우스 2층 자료실의 퍼플에게 입수
카넬리아 7권 여신에게로 제 3장 중앙공방 습격 사건 후 볼프요새 입구 브르노에게 입수
카넬리아 8권 구동 종장 승차권 반납 직후 에어렛팽 관문의 오터에게 입수
카넬리아 9권 카넬리아 종장 그뤼네 게이트 2층의 세르반에게 입수
카넬리아 10권 발동 종장 대성당 잠입 임무 중 랜딩포트의 랄프에게 입수
카넬리아 11권 제1회 《제국시보》Ⅱ 종장 유리아와 만난 후, 백화점 앞의 안톤 과 대화하고 여성 NPC와 3번 만난 후 안톤에게 대화하여 입수

제1회 《제국시보》Ⅰ

 나는 회전문 앞에 서서, 부츠의 뒤꿈치를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코트 옷깃을 올리고 턱을 끌어당기고 유리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지런한 짧은 머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흔한 가죽 코트와 가죽 부츠는 사실 철판으로 보강된 특별 주문품이지만, 보기에는 평범하다.
 평범한 외견——— 예나 지금이나 나의 직업은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잿빛으로 빛나는 아침 안개 사이로 큰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마치 진자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때때로 행상인의 목소리에 흐름이 끊기지만 그 소리는 바로 흐름을 되찾는다.
 제도의 아침은 언제나 회색이다. 판매원의 옆구리에서 잡지를 낚아채고 뒤쪽으로 미라를 던져 준다.
 잉크의 수수함까지 눈에 익은 《제국시보》. 표지를 열고 회색 지면 위를 눈으로 훑자 문득 숨이 막혔다.
 사회면 제일 아래쪽에서 그 문자를 찾았다. 나의 시선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인 셀너트」——— 문자가 의미를 잃고 단순한 잉크 얼룩이 될 때까지 같은 행을 바라보았다. 몇 초의 공백 후 마침내 시선은 기사의 마지막까지 흘러내렸다. 기사를 읽는 동안 기억이 과거의 한부분으로 향하고 천천히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들은 3년전,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향해서———
3년 전 그날 오후의 제도도 변함없이 회색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22세의 나는, 평소처럼 부티크의 문에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미휴트 제도공방》에 가고 있었다. 점주 미휴트에게 새로운 일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휴트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으로 도력기(오브먼트) 조정이 취미였던 나는 얼마 안 되는 단골이었다. 질퍽질퍽한 골목길을 지나 썩어 가는 나무 문을 빠져나가면 반지하에 있는 공방 입구에 흐릿하게 빛나는 도력등이 보인다. 미휴트가 나아게 「일」을 주게 된 것은 《백일전쟁》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쯤이었다. 당시 리벨 왕국과 제국의 관계는 최악이어서 도력기의 수입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다. 수상한 놈들과 함께 밀수를 시도한 미휴트는 나에게 운반책을 맡겼다. 평민 출신에 연줄도 없는 10대의 나는 당연히 그 일을 맡았다. 왕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거의 장물 전문 운반책이 된 것 같지만,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꾸준히 미라를 벌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눈에 잘띄지 않는 외모의 나는 모자나 바지 속에 물건을 숨기고 국경을 계속해서 왕복했다. 덕분에 내 지갑은 점점 무거워져갔다. 더불어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나는 경박한 필이기도 했고, 재주꾼 루니이기도 했고, 동시에 겁쟁이 크리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휴트는 나를 「토비」라고 불렀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일할 때 사용한 가명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제2회 구동

「어서와, 토비. 마침 잘왔어」
 그렇게 내게 인사를 하며 미휴트는 카운터에서 뭉그적거렸다. 먹고있단 과자를 무릎 위에 놓고, 설탕투성이가 된 손을 탁탁하고 털자, 어두운 가게 안이 달콤한 냄새와 구운 사과 냄새가 퍼졌다.
「마침 물건이 도착했단 말이지」
 미휴트는 상반신을 돌려 뒤쪽의 찬장에서 오래된 잡지에 쌓인 물건을 꺼내주었다.
「이번엔 뭐야?」 알려주지않은 것은 알면서도 물어봤다.
「상대는 왕국의 그곳이다」미휴트는 질문을 무시하고 철도와 비행선의 티켓을 건넸다.
「토비,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
매번하던것처럼 똑똑하게 굴라고」 내가 싶은 한숨을 내쉬자, 미휴트는 손가락으로 눈 아래를 문질렀다. 그 손에서 또 과자 냄새가 퍼졌다. 그가 손으로 과자를 집어 입에 넣기 전에 나는 가게를 나섰다. 나는 옆구리를 통해, 가방 안에서 헌 종이에 싸인 물건이 구르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장물이겠지. 딱히 불안은 없었다. 정체불명의 물건을 나르는 것은 익숙했고, 지금까지 어떤 트러블이 있더라도 잘 넘겨 왔다. 실제로 일을 하며 쌓은 경험도 있어서, 도력 마법(오벌 아츠) 지식과 솜씨는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역에서 수상한 녀석들을 목격해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는 일은 없었다. 승강장은 왕국 방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혼잡했다. 벤치에도 자리가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구 가까이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안을 바꿔 들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남자 2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개찰구 앞, 정확히 제국 문장의 말머리 타일 부근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다. 곧 1명이 더 와서 대화에 합류했다. 지켜보니 녀석들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다. 체격이 굉장히 좋은데다 머리 스타일까지 같은 저 3명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 3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는 가방을 고쳐 들고 주머니 안에 있는 도력기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주변에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퍼졌다. 도력 기관의 낮은 울음소리가 멀리서 느껴지더니 곧 어깨까지 다가왔다. 「괜찮을 거야」 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끼익거리는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며, 검은 빛의 쇳덩어리가 선로에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도력기관이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역추진을 거는 것이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인파에 밀리듯 나도 객차의 문 쪽으로 밀려갔다. 차창 옆을 지나갈 때, 순간 개찰구 쪽에 시선이 흘러갔다. 아까 그 남자들은 없었다. 타일로 만든 말의 얼굴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3회 시스터

 열차는 안갯속을 달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붙은 물방울이 투명한 줄무늬가 되어 계속 같은 장소에서 몸부림을 쳤다.
 차창에 이마를 붙인 채 손가락으로 티켓 2장을 문질렀다. 왕국까지는 철도로 아득히 먼 남부 국격ㅇ 도시까지 가서 비행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양쪽 다 일등석의 티켓이었다. 객차는 거의 만석이었지만, 내 옆에는 아무도 안 앉았다. 어쩌면 미휴트 녀석이 일부러 비워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그에게도 꽤 벌이가 큰 건수일 것이다
「왕국에 가시는 건가요?」
 열차로 목적지에 절반쯤 왔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통로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3개의 버클로 코트의 가슴 부분을 고정시킨 그녀는 3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하는 적갈색 머리에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양해를 구하는 듯이 쪼그려 앉아 내 옆자리를 가리키며 「저쪽은 담배 연기가 지독해서」라고 작게 말했다. 
나는 짙은 담배 연기가 떠도는 뒤쪽을 돌아봤다. 그리고는 말없이 발밑의 가방을 창문 쪽으로 끌어당기자 그녀는 인사를 하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후로도 그녀는 빈번하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도력기 관련으로 왕국에 가는 중이라고 적당히 둘러대자 자신은 교회의 자선 운동가로 국경 도시에 볼일이 있다고 했다. 「일단은 시스터라고 불리고 있어요」그녀는 검은 가죽 부츠를 신은 다리를 꼬고 쿡쿡대며「별명이지만요」라고 덧붙였다.「시스터 카넬리아」 그것이 그녀의 별명이었다. 나와 시스터 카넬리아는 잡담을 이어갔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열차가 숲을 지나자 주황빛이 객석 위를 비추었다. 저녁노을에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붉게 물들자 나는 그녀의 별명인 홍요석(카넬리아)의 유래를 상상했다. 이윽고 열차가 완만하게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짐을 가지러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이제 습관이 되어 버린 움직임으로 가방과 마법(아츠)도력기(오브먼트)를 조사했다. 헌 종이에 싸인 물건도 허리에 묶어 둔 도력기도 무사했다. 정시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차내에 퍼졌다. 목적지 날씨는 비, 좌석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창문에 빗방울이 튀고, 검푸른 도시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물방울로 인해 퍼져 보이는 역의 신호등이 왜곡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금속음, 도력 기관의 추력 반전으로 인한 충격. 수화물 관리에 유의하라는 방송이 들리자 승객들은 제각각 통로에 섰다. 빗속에서 수기를 흔드는 역무원의 제복을 보면서 나도 가방을 안고 일어섰다. 통로에서 시스터 카넬리아와 마주쳤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고 했을 때, 돌연 그녀가 내 쪽으로 넘어진 듯 이쪽으로 쓰려졌다. 나의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킨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길을 양보했다. 나는 목례를 하고 먼저 통로를 나섰다. 그 후에 카넬리아가 딱 붙어서 따라왔다. 섬뜩한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도력기가 있는 주머니에 넣었지만 평소의 금속 감촉을 느낄 수 없었다. 그 순간 강렬한 힘이 나의 손목을 비틀었다. 금속이 튀어나오는 소리와 함께 나의 등, 정확히 신장 부근을 뾰족한 물건이 누르고 있었다. 「찾는 물건이라면 나한테 있어. 토비」 시스터 카넬리아의 입술이 나의 귀 뒤편에서 희미하게 움직였다. 「움직이거나 소란을 피울 생각은 말아, 토비. 더 이상 따끔한 맛을 보고 싶지는 않잖아?」 시스터는 손목을 누르는 각도를 약간 바꾸었다.
나의 눈동자 속에서 무색의 불꽃이 튀었다

제4회 육탄

 시스터 카넬리아는 나의 오른팡를 비틀어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다.
「얌전하게 있어, 토비」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손목의 각도는 느슨해지고, 아픔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해하지 마, 토비.
 나는 여신(에이도스)이 보낸 당신의 수호자야」
 그녀는 그렇게 귓전에 속삭이며, 나에게 창밖을 보도록 지시했다.「토비」라며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의 「비」부분이 귀를 간지럽혔다.
 승객들은 천천히 차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카넬리아에게 밀리 듯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면서 창밖의 승강장을 보았다. 개찰구와 이어지는 계단 아래에 그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제도의 역에서도 봤던 그 3인조다. 「극진하게 환영해 주는 것 같네」 그녀의 목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도력기를 돌려줘」라고 고개를 기울이며 호소했다. 카넬리아는 대답히지 않았다. 양쪽에서 인사하는 승무원을 뒤로하고 납빛의 승강장으로 나왔다. 젠장, 이 바보들. 사람이 이런 꼴을 하고 있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야? 세차게 부는 안개 같은 비에 절반 정도 눈을 감은 나는 젖은 계단을 반걸음씩 천천히 내려갔다. 그 뒤에서 같은 보폭으로 따라오는 카넬리아. 그 녀석들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느 놈들에게 나를 넘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인조와 점점 가까워지자 왼손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계단의 중간 지점에서 갑자기 카넬리아가 말했다. 「토비, 발 밑을 봐」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빗물이 스며든 부츠의 발끝을 보았다. 그리고 숨을 내쉰 순간, 카넬리아가 나를 힘껏 밀쳐 냈다. 발끝에서 나온 물방울의 뒤편으로 천지가 뒤바뀌고 나의 몸은 계단 아래에 있는 녀석들을 향해 등부터 떨어졌다. 우두둑하며 갈비뼈가 짓눌렸다가 돌아오는게 느껴졌다. 군인 같은 두 녀석과 부딪히고 그 기세로 물웅덩이까지 굴러떨여졌다.승객들의 비명이 마치 열차의 브레이크 소리처럼 들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차가운 타일을 등으로 느끼며 나는 왼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다섯 손가락은 단단히 가방을 잡은 상태였다. 몸을 일으키다 미끄러진 나는 턱을 부딪히며 쓰러졌다. 열심히 좌우를 둘러봤지만 군인 같은 남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스터 카넬리아의 모습만이 머리 위의 승강장에 보였다. 그녀는 마치 곡식 자루를 메는 것처럼 어깨에 사람을 짊어지고 있었고, 열차 쪽으로 향하고는 선로 아래로 사람을 던졌다. 세계는 아직도 요동치고 있었다.
시스터의 부츠 소리가 가까워졌고, 이후 나의 손을 당겼다. 잡았을 때의 위화감을 나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자, 가자. 토비」 그녀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뛰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이 소리를 내며 길을 열어 주었다. 왼손의 가방이 흔들리며 허벅지를 때렸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드디어 시스터가 손을 놓아 준다. 순간 무언가가 벗겨졌다. 나는 시스터의 양손이 튀어 오른 피에 불게 물들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달리면서 승강장 쪽을 돌아보았다.
나를 마중 나온 3명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제5회 안식의 사자

 식은 팬케이크 위의 버터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포크를 집어 찌르고, 뒤집고, 뭉갰다. 그러는 동안 점점 접시 위의 물건에 흥미가 사라졌다. 내 머리 위에서 램프가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고, 벌꿀색의 빛이 흔들거린다. 
 비는 그칠 것 같지 않다. 창문 뒤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대고 완전히 어두워진 거리의 모습을 엿본다.역은 길 건너편에 있지만, 우리가 있는 펍에서는 그냥 건물의 그림자만 보일 뿐, 승강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하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시스터 카넬리아가 돌아왔다.
「당분간 추격자는 오지 않을 거야」 그녀는 네모난 천 조각을 펼쳐 냅킨처럼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런 그녀의 손을 보고 있자니 끈적거리는 피 냄새가 다시 떠오른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지?」
「구조가 그래」
 종업원이 시스터 앞에 소리를 내며 접시를 두고 갔다. 1장의 구운 고기가 담긴 접시를 눈앞으로 끌어당긴 시스터는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빨았다.
나는 포크를 놓고 의자에 깊에 기댔다. 창밖의 도시는 푸른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시스터 카넬리아가 스테이크를 전부 뱃속에 넣었을 때는 어두운 밤의 색으로 물들었다. 「어째서 추격자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나는 다시 물었다. 카넬리아가 검은 빵으로 접시를 닦으면서 말했다. 「3인 1조가 녀석들의 기본이야」 대답하다 막 생각났는지 「녀석들은 《엽병단(예거)》이야」 라고 덧 붙였다. 나는 승강장에서 본 남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엽병단》은 일부 용병들에게 주어진 명칭이라고 옛날에 미휴트가 알려 준 적이 있다. 미라를 쫓아 움직이고 미라만 넉넉히 준다면 그 누구라도 따른다고 한다. 「전쟁광에 국적도 신경 안쓰는 놈들이야, 괜히 얽히지마」 미휴트가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발을 뻗어 가방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이야기는 간단해」 시스터가 디저트에 손을 뻗었다. 「토비, 당신은 위험한 물건을 나르고 있어, 그래서 누군가 《엽병단》을 고용해서 당신을 없애려는 거야」 「놈들의 목적은 내가 아니야, 짐이지」 「똑같은 거야」 카넬리아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가방을 조사하기 전에 주인을 죽일 걸 스테이크를 굽기 위해 소를 죽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빛나는 나이프로 애플파이를 잘랐다. 황금빛 조명 아래 설탕이 춤을 췄다. 바늘에 찔린 듯이 위가 아파온다. 미휴트는 지금 어쩌고 있을지 생각한 순간 시선 끝에서 시스터의 손이 멈췄다. 사냥개 같은 눈빛으로 어둠을 노려보더니 그녀는 뭔가 빛나는 것을 테이블 위에 내던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것은 나의 도력기(오브먼트)였다. 「어디 가?」 라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시스터 카넬리아는 빠르게 코트의 버클을 잠갔다. 「당신 괜찮은 취미를 가지ㄱ 있네」 다리를 한쪽씩 의자에 올리고 부츠 끈을 묶었다. 「그 도력기를 구동할 정도면 대단한 거야 유격사가 되더라도 활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어디에 가냐고」 나는 초조하게 다시 물었다. 「걱정하지 마」 라고 하는 그녀. 「어차피 내일 아침에 또 만나게 될 거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시스터는 화장실 입구로 사라졌다. 동시에 2명의 남자가 가게에 들어왔고, 곧장 이쪽 테이블로 와 멈춰 섰다. 가슴에 빛나는 문장(엠블럼)을 한 그들은 나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유격사 협회다. 식사 중에 미안하지만 협조해 다오」

제6회 구조의 확인

 테이블 위에는 내 도력기(오브먼트)와 빈 가방과 낡은 종이에 싸인 물건이 나란히 있었다. 유격사는 나의 얼굴과 테이블 위의 물건과 비교하듯 번갈아 보고는. 가죽 장갑을 낀 오른손을 과시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가게 된 곳은 펍의 2층이었다. 유격사는 면밀히 방의 배치를 확인하고 가장 안쪽의 방에 나를 데려갔다. 아무래도 이근처는 협회의 지부가 없는 모양이었다. 처음 내 앞에 앉은 것은 마른 쪽의 사람이었다. 이름은 들었지만 곧 어느쪽이 클레이인지 파블인지 잊어버렸다. 몸수색이 끝났을 때 손에 장갑을 끼운 사람 즉, 파블인지 클레이인지가 되돌아와 상대에게 귓속말을 했다. 결국 시스터는 찾지 못한 듯했다. 
 그들의 관심은 시스터 카넬리아와 《엽병단》에 집중되었다. 카넬리아에 대해서는 열차 안에서 들은 내용을 전부 말했고 나는 피해자인 양 반대로 그녀에 대해 물었다. 실제로 나는 피해자였다.
「그 여자는 셀너트, 아인 셀너트」마른 남자가 수첩을 읽었다. 「원래는 《엽병단》의 구성원으로 현재 소속과 활동 내영은 불분명하다」
「뭐, 선량한 시민이 상대할 만한 자는 아니지」
 장갑을 낀 남자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고 헌 종이에 싸인 물건에 손을 뻗었다. 나의 상태를 확인하며 물건을 중앙에 펼쳐 놓았다. 나온 것은 점토가 붙어 있는 금속 덩어리였다.
「연구 기관에 전하는 중」 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도 않은 손님의 주소를 알 주었다. 유격사들은 빠짐없이 메모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유격사들과 한 방에서 자게 되었다. 역에서 생긴 사건으로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다음날 지부에 가게 되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아침까지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출과 함꼐 눈을 떴다. 평온한 아침의 방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격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복도에서 그들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상의 소매에 팔을 통과시킬 때 팔꿈치에 통증이 오면서 그녀가 떠올랐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을 느끼며 몸단장을 대충하고 나는 도력기(오브먼트)의 조정을 시작했다. 뒤쪽 뚜껑을 열고 기름칠한 가죽으로 쿼츠를 집어 올렸다. 다른 슬롯에 넣고 가벼운 마법 중심의 구성으로 바꾸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1개씩 나사를 원래대로 하고 뚜껑을 닫으니 마음이 안정되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때, 숙소 직원으로 보이는 키 큰 여자가 세면용으로 뜨거운 물을 가지고 왔다. 김이 피어나는 대아를 테이블에 올리고 여자는 조용히 침대 시트를 벗기려고 했다. 침대에서 쫓겨난 내가 어쩔 수 없이 대야로 향했을 때 열려 있는 문 너머로 2개의 그림자가 연속하여 가로질러갔다. 「왔다」 나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손에 비누를 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게 문을 닫고, 열쇠를 걸고, 벽 앞에 섰다. 벽 너머로 노성과 몸싸움을 하는 소리가 엇갈렸다. 허리의 쇠사슬을 당겨 방금 조정한 도력기를 꽉 쥐었다.
 유격사는 2명, 아까 본 자들도 2명. 나를 더하면 머릿수는 앞선다. 문 쪽에서 방향을 바꾸었을 때, 또 다른 생각이 스치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2명이라고?」 분명 시스터는 「3인 1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또 한명은 어디에——— 스스로의 물음에 얼 붙은 내 목을 무언가가 휘감고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넘어졌다. 내 시야에 여자의 핏발이 선 눈이 보였다. 대야를 가지고 온 그 여자였다. 손에 있는 도력기를 사용하여 나는 넘어진 채로 마법을 사용했다. 압축된 공기가 나의 허벅지를 통과하여 여자를 그대로 창문까지 날려 버렸다. 흰 리넨과 선혈이 바람을 꿰뚫고 나간 자국을 따라 소용돌이처럼 휘감았다.


제7회 여신에게로

 실바람 소리가 울리고 나는 숨을 들이켰다. 도력기를 쥔 채 손으로 목을 감고 있는 시트를 풀었다.
옆으로 눕자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어떤 움직임이 느껴졌다. 《엽병단》의 여자가 마치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난 것이다. 배에 한발의 마법(아츠)을 맞고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물러선 내 등 뒤로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때 부서진 문과 함께 시스터 카넬리아가 방으로 굴러 들어왔따. 그녀의 팔이 채찍처럼 부드럽게 휘어져 스치자마자 여자 엽병의 목을 쳤다. 여자는 춤을 추듯 공중을 돌며 머리부터 떨어졌다. 연이어 무희처럼 다리를 높이 든 시스터는 바닥에 늘어진 여자의 목을 부츠의 뒤꿈치로 밟아 버렸다. 슬쩍 나를 보며 손짓을 하더니 시스터는 창문을 통해 지상으로 몸을 날렸다. 마치 발판에서 내려오는 듯이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가방을 끌어안고 그녀를 따라갔다. 떨어지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시스타가 받아 줬고, 우리는 함께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귀에는 열차 출발을 알리는 경적 소리가 들렸따. 시스터가 승차권을 내밀었고, 이를 받기 위해 손에 쉬고 있던 비누를 버렸다.
차 안은 신사들의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인쇄한 지 얼마 안된 잡지의 냄새와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몹시 초조해졌다. 제도행 열차에 가방을 안고 탑승하는 것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도력기(오브먼트)와 마찬가지야」 마법으로 찢어진 내 발을 흰 손수건으로 지혈하면서 카넬리아가 말했다. 「한 번 구동(드라이브)이 걸리면 누군가에게 맞아서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아」 그녀는 반으로 접은 종이를 무릎에 두고 손가락으로 톡톡거리며 가리켰다. 오늘 아침 발행된 《제국 시보》. 몇 줄의 교체 기사가 제도에서 일어난 공방 점주의 변사를 전했다. 미휴트의 진짜 나이를 이때 처음알았다. 「간발의 차이였어」라며 시스터는 잡지를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저 가게에서 5분만 더 있었으면, 토비 당신도 여신(에이도스) 옆으로 갔을 거야」 「모르겠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카운터 안에서 싸늘하게 식은 미휴트의 모습과 헌 종이에 싸인 금속 덩어리를 동시에 떠올렸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쩨서 이런 물건을 위해 죽는단 말인가. 「《아티팩트》이기 때문이야」라는 시스터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고대 유물? 그런 물건 지금까지 계속 운반하고 있었다고」 《아티팩트》는 고대 문명의 유산으로 도력기 같은 정체불명의 기구를 말한다. 골동품으로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내가 밀수해 온 장물 중에서도 그럴 듯한 물건이 꽤 있었다. 대개는 이번 물건과 같이 흙투성이라서, 나는 별난 취미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조금 달라 토비. 이번 물건은 다르다고」 카넬리아는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저건 살아있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나는 그녀의 눈을 봤다. 「지금도 움직인다는 말이야. 어떤 힘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스터는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것이 발굴된 것은 30년 전, 제국 영내———」
시스터가 말해준 금속 덩어리의 이야기는 귀족들이 벌인 암투의 역사, 그 자체였다. 권력자의 교체에 따라 《아티팩트》도 손에서 손으로 건나 갔다. 그러나 《백일전쟁》 직후, 행방불명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제도에 나타났다」 차내에 도착 시각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고 시스터는 꼰 다리를 바꿨다. 「저걸 노리는 놈이 《엽병단》을, 그리고 교회에서는 나를 파견했어. 당신과 《아티팩트》를 노리는 녀석들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는 발밑의 가방을 응시했다. 열차는 조용히 속력을 낮추기 시작했다.

제8회 구동

 신사들 사이에 숨어 우리는 좌석 사이를 지나갔다. 가방이 무릎 옆을 부딪힐 때마다 나는 가방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고 말았다. 마치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몸에 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저렴해 보이는 보자기 안에 《엽병단》이 혈안이 되어 찾고 있는 고대의 유물이 들어 있다. 어리석은 미휴트. 이건 우리에게는 과분한 물건이다.
「내리면 교회로 가는 건가?」 눈을 질끈 감고 내 뒤에 서있던 카넬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그럴 생각이야」 그녀는 넌지시 차창을 보면서 내게 대답했다. 「당신이 살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어」
 끊임없이 열차가 도착하는 아침의 역은 승객으로 대단히 혼잡한 것 같았다. 제도의 하늘은 여느 때처럼 약간 흐림. 모두들 윗도리의 옷깃을 세워 겨울 갯벌에서 몸을 맞대는 물새처럼 그저 가만히 승강장에 서 있었다.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시스터는 「이번에는 안 할게」 「당신이 총 세 명이었다면 생각해 봤겠지만」이라 말했다. 아무래도 마중 나온 사람이 꽤 있는 듯했다. 「이거 불리하겠는걸」 이라는 시스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개찰구로 나가는 건 무리야」
 우리는 행렬에서 빠져나와 승강장과 반대쪽의 문을 열고 선로의 침목으로 뛰어내렸다. 선로 위를 제도의 찬 바람이 지나갔다. 우리는 연결 통로를 지나 화물 열차 뒤에 붙었다. 
 화물 승강장에는 작업원들이 컨테이너을 짐을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밀수 운반자에게 역의 부정 출입은 초보적인 기술이었다. 나는 승차권을 보여 주며 작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연예인과 그 매니저라고 하는 상투적인 스토리다. 이를 설명하는 도중에 시스터 쪽을 가르켰다.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는 그녀. 오페라 가수라고 했는데 마치 술집의 가희 같았다. 그래도 작업원은 흔쾌히 우리를 안내해 줬다.
「토비, 역시 당신은 솜씨가 좋아」 창고 거리를 달리면서 시스터가 말했다. 「진심으로 다른 작업을 생각해 보는게 어때?」
「유격사가 되라는 거지?」 나는 어차피 거절할 걸 알면서도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시스터, 당신이야말로 유격사가 되는 건 어때?」
 정확히 시내에서 벗어나는 지점의 철망 앞에서 우리는 멈춰 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시스터는 나의 질ㄹ문에 배수구 뚜껑을 열면서 웃었다.
「지부에 들어가는 순간 살해당할걸」
 구불구불한 바위 터널은 제도의 밑바닥 어디까지고 계속 되고 있었다. 기어가는 우리의 앞을, 거리의 빛이 마치 가로등처럼 비춰 주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들의 구두가 눈앞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이쪽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얇은 돌 건너에 있는 지상 세계를 눈부시게 응시했다. 《엽병단》,《아티팩트》, 이유 없이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죽음. 지금까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 나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터널은 드디어 높은 천장의 하수도와 만났다.
「여기를 통해서 성당 근처까지 갈 수 있어」
 시스터 카넬리아는 한쪽 눈섭을 치켜들며 머리 위를 가리켰다. 「위로 가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교회가 습격당하면 어쩌지?」 내가 물었을 때 멀리서 물이 튀는 소리가 났다. 시스터는 내 손을 잡고 진흙 같은 어둠 속으로 향했다.
「걱정하지마, 토비」
 그녀가 말했다.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신앙심만이 아니니까」

제9회 카넬리아

 끊어져 가는 도력등의 깜빡이는 빛이 오수 표면에 가는 빛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 앞을 시스터가 바람 소리를 남기며 앞지로고 있었다. 발끝 저편의 어둠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쫓아 나는 숨을 헐떡이며 발을 움직였다.
 칠요교회의 성당을 목표로 나와 시스터는 쉬지 않고 이끼 낀 돌 위를 달리고 있었다. 역에서 성당까지 지상에서는 3블록 정도의 거리다. 수문 끝에서 배수구를 오르면 성당 앞 광장으로 나갈 수 있다.
 멀리서 도력등의 빛이 보인다. 시스터는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오른손을 뻗어 다음 블록에서 우회전이라고 알려 줬다. 그대로 그녀는 무언가에 대비하듯 양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시스터 카넬리아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깜빡이는 조명 아래 카넬리아의 몸이 모퉁이로 사라졌다. 한 개, 두 개, 세개. 이어지듯이 둔탁한 충돌음이 났고 무언가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골목을 돈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기묘한 자세로 누워 있는 남자로, 나도 모르게 길의 가장자리로 몸을 피했다. 시스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변함없는 보폭으로 달렸다.
「카넬리아다!」
 뒤에서 들리는 노성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따. 한 남자가 모퉁이에 있는 시체 근처에서 쓰러진 채, 피가 흐르는 입으로 외치고 있었다.
「카넬리아가 있다!」
 시스터는 뒤돌아보려하지 않았다. 나도 얼굴을 앞으로 돌려 그녀를 따라갔다.
 수문까지 곧게 뻗은 수로가 사각형의 어둠에 덮힌 채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카넬리아는 상당히 지친 나의 걸음걸이에 속도를 맞춰 줬다.
「저 녀석들 본격적으로 시작할 모양이네」 그녀는 허공을 허공을 음시한 채 말했다.
「아까 저 녀석, 옛 동료야?」
 카넬리아의 적갈색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유격사에게 들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이상은 물어볼 수 없었다. 도력등의 불빛 속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오로지 몸을 앞으로 나아가는데 힘썼다.
「여관에서 싸운 여자를 기억해?」
 갑자기 시스터가 입을 열었다.
「내가 용병을 그만둔 것은
 저런식으로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카넬리아의 옆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저런 식으로 죽을 게 아니라」 시스터는 말을 되풀이하며「어짜피 죽을 거라면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죽고 싶어」라고 말했다.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태로움을 느끼며 그녀 옆을 계속 달렸다. 문득 호흡하는 중간중간, 희미한 물소리가 들린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토비, 당신도 느꼈어?」 시스터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마침내 멈춰 섰다.
「녀석들의 후속 부대가 온 것 같아」
우리는 2개의 수로가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도착했다. 악취를 풍기는 넓은 물줄기 너머로 어스레한 수문이 보였다. 나는 습기 찬 벽에 등을 붙이고 잠시 숨을 골랐다.
「아무래도 매복이 있는 거 같네」 시스터는 강건너를 노려보고 뒤로 얼굴을 돌렸다. 「근데 우회할 시간은 없어」 두 번, 세 번, 그녀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깊게 호흡했다. 나는 땀이 밴 손으로 도력기(오브먼트)를 들고 가방 손잡이를 손목에 둘렀다. 언제나처럼 구드를 학인한 시스타가 몸을 일으켰다.
몸에 달라붙을 듯한 어둠 속으로 우리는 숨을 멈추고 단숨에 뛰어 들어갔다.

제10회 발동

 반대쪽을 향해 시스터는 검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단숨에 달렸다. 순식간에 나는 낙오했다.
 수문에서 마법(아츠)이 번뜩이고 연달아 하늘을 가르지만, 어느 것도 시스터에게 닿지 않는다.수로에 침전된 오물이 튀어 올라 폭풍처럼 내게 날아든다. 최후의 마법을 피하며,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적이 있을 법한 물보라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뛰어들었다.
 모래주머니로 만든 벽을 뛰어넘어, 그녀는 양팔을 뻗었다. 엽병들은 지면에 수직으로 무너져 내렸다. 풍차같이 종횡으로 회전하는 시스터의 팔은 칼보다 빨랐다. 그녀의 팔은 상상할 수 없을 각도로 목을 찌르고, 맥을 끊고 지나갔다.
 내가 돌바닥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이미 그녀 이외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따. 
「이 앞에 있는 사다리를 오르면 성당이야」 카넬리아 손수건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손을 흔들며 피를 털어 내고 싸움의 여운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후속 부대가 접근하고 있어. 서두르자」
 물을 차며 걷는 낮은 발소리는 이미 귀에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가까웠다. 우리는 엽병들의 시체를 넘어 마른 수로로 향했다.
 젖은 돌을 짚고 반쯤 열린 수문을 빠져나갔다. 목덜미에 물방울이 튀었다. 나는 머리에 울리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것은 마법(아츠)을 구동하는 도력기(오브먼츠)의 소리였다.
「토비!」 하연빛이 시야에 가득 찼다. 시스터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어디선가 뻗친 손이 어깨를 잡아 챘다. 내 몸이 뒤로 끌려가는 것과 마법이 포석에 작렬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굉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등부터 지면에 충돌하고 튕겨 올라 다시 배부터 떨어졌다. 하수에 빠진 얼굴을 드니 자욱하게 흙먼지를 토해 내는 수문이 보였다. 그 안에서 악몽처럼 양손에 칼을 든 엽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흙 위에서 나는 발버둥 쳤다. 순식간에 용병들이 땅을 박차며 덤벼들었다. 순식간에 몸을 굴려 칼을 피하고 두 번째 칼은 가방으로 막았다.소리도 없이 천이 잘리며 헌 종이에 싸인 물건이 굴러떨어졌다. 허리의 도력기를 찾았찌만, 손끝에는 도력기가 묶여 있던 쇠사슬만이 남아 있었다.
 내 목을 응시하며 장검을 들어 올리는 용병. 그 뒤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스터였다. 그녀의 손이 마구 움직이더니 용병은 조용히 사라졌다. 칼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시스터는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토비」 고개 숙인 그녀의 볼을 타고, 붉은 줄기 여럿이 흘러내렸다.
「당신도 여신 곁으로 가게 될지도 몰라」
 그녀가 다시 일어섰다. 코트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아까의 마법(아츠) 때문이었다. 나를 놓칠 때 맞은 게 틀림없다. 거품 낀 진홍의 피가 그녀의 가슴을 적셨다. 나는 땅에 떨어뜨린 《아티팩트》를 집었다. 
젖은 종이를 벗기고 차가운 금속 덩어리를 내 도력기와 함께 쥐었다. 더 이상 《엽병단》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수문을 가로막고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시스터의 들리지 않는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켰다. 기구가 작동하며 마법을 발사하는 순간, 뺨을 태울 듯한 뜨거운 칼이 스쳐 지나갔다. 순식간에 뒤로 날아간 뒤 앞쪽으로 쓰러졌다. 머리 위로 시스터의 등이 보였다 그 오른팔이 힘을 잃고 어깨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아 약간 아래를 향하자 그대로 미끄러지듯 눈 앞으폴 넘어졌다. 나는 시스터를 일으키고 공격해 오는 용병을 마법(아츠)으로 날려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셀 수 없는 검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도력기를 구동시킨 채 몸을 지키듯이 오른손을 치켜 올렸다. 칼이 바람을 가르고 나는 눈을 감았다. 컴컴한 눈꺼플 뒤에, 끝없는 흰 세계가 펼쳐졌다.

최종회 《제국시보》Ⅱ

 흰 세계에 삼켜진 나는 단단한 지면 위로 던져져 굴러 떨어졌다.
 태양의 냄새가 나는 따뜻한 대지. 천국의 바닥은 돌로 된 듯한 감촉이었다. 손으로 주위를 더듬으니 뻣뻣한 머리카락이 닿았다. 시스터도 나와 함께 여신(에이도스) 곁으로 온 모양이다. 나는 대자로 누웠다.
 주위가  술럭인 것은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시력이 돌아와 확인하니 소녀의 얼굴이었다. 생긋하며 웃는 여자아이. 여신(에이도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머리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성당에서 시간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 같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났다.
 비둘기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내 곁으로 구경꾼들의 시선이 모였다. 낯익은 거리, 소리, 바람의 냄새. 틀림없이 그건 제도의 성당 앞에 있는 광장이었다.
 나는 오른손을 펴서 미휴트에게 받은 금속 덩어리를 보았다. 금색의 빛 줄기가 《아티팩트》의 표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시스터가 이야기한「살아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점차 약해지는 고대의 빛을 다시 한번 꽉 쥐었다.
 서로의 어깨를 빌려 성당으로 향하는 우리를 색유리 속 날개를 펼친 여신(에이도스)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 사건은 차근차근 처리됬다. 시스타가 피투성이가 되며 지킨 금속덩어리는 성당의 추기경 예하를 거쳐, 두꺼운 문 너머로 사라져갔다. 황실 관계자에 유력 귀족 대리들, 그리고 제국군 장교까지 더러운 흥정이 계속되어 유격사 협회의 조정역을 질리게 하였다. 나는 시스터 카넬리아의 옆에 있었다. 진짜 시스터들이 그녀를 교회의 긴 의자에 눕히고 코트를 벗긴 후 피로 얼룩진 상의를 절개했다. 그 아래로 사슬갑옷이 보이자 그녀들을 당혹스러워 했다. 다음날 《엽벼단》을 움직이고 있던 모 귀족은 토지를 받는 대가로 손을 떼기로 합의하였고, 드디어 《아티팩트》는 교회가 관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입막음의 대가를 받은 나는, 곧바로 공화국의 유명한 고급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뒤탈을 없애는 방법이라기엔 내게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 호위로 붙여 준 유격사는 바로 그 파블과 클레이였고, 출발 직전애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시스터에게 안내해 주었다. 나는 의식을 되찾은 시스터와 약간의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무렵,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인. 나는 아인이라고 해」 나는 그녀의 새하얀, 더러움을 찾아볼 수 없는 손을 꽉 쥐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나는 《제국시보》에서 그녀의 이름을 봤다. 「아인 셀너트」——— 그리고 그 활자의 끝에는 매우 간결한 기사가 이렇게 이어져 있었다. 『어제 새벽, 제도 시내에서 변사체로 발견. 사체에는 복수의 외상이 확인됨, 고인은 생전 칠요교회의 자선 사업에 참여하여 각지에서 많은 사람을 구했다.』 마지막한줄을 읽었을 때 거리에 누운 시스터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에 물든 그녀의 잠자는 얼굴은 몹시 편안해 보였고,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나는 잡지를 말아 들고 가슴에 빛나는 유격사 문장(엠블럼)을 살며시 만졌다. 시스터가 권유했던 유격사가 된 지 2년이 흘렀다. 이제서야 본명을 사용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시스터가 「토비」 라고 귓가에 속삭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 이상 토비가 아니게 된 나는, 뿌옇고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댔다. 기억 속 시스터의 눈동자는 홍요석(카넬리아) 같았다.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어둠속으로 달리는 그녀, 난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본다. 제도의 불빛이 붉게 번지고, 하얀 안개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끝〉

기타

실록・백일전쟁

<개전>

칠요력 1192년 봄, 한 발의 포탄이 리벨 왕국 북부의 하켄 게이트를 뒤흔들었다. 훗날 『백일전쟁』이라 불릴 침략 전쟁의 시작이자, 사나운 황금 군마가 흰 매를 덮친 순간이었다.
당시의 하켄 게이트는 중세의 성벽을 보강한 것에 불과했던지라. 제국 라인폴트사제 도력 전차가 발사한 도력탄은 손쉽게 성벽 일부를 분쇄했다.
그리고 왕국의 방벽은 비 오듯 쏟아지는 포탄에 의해 돌무더기로 변하고 말았다.

<선전포고>

실은 최초의 포탄과 거의 동시에, 왕도 그란셀에 있는 제국 대사관이 보낸 서신 한 통이 그란셀성의 알리시아 여왕 앞으로 도착해 있었다. 그것은 리벨 왕국에 대한 에레보니아 제국의 선전 포고였다.
외교적 통념으로 볼 때 선전 포고는 「선제 공격 전에 해야」 그 정당성이 확립돠나, 이 경우 시간차는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즉 포탄 발사와 동시에 선전 포고를 행하고 그 착탄을 기해 선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교묘한 정당화가 행해진 것이다. 그것은 도력 통신을 이용한 긴밀한 연계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새로운 외교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전격 작전>

하켄 게이트를 문자 그대로 분쇄한 제국군은 곧바로 리벨 영토 침략을 개시했다. 총 병력 13개 사단. 이는 모든 제국군 병력의 절반 가까이로, 왕국군의 거의 3배에 달하는 대규모 병단이다.
개전으로부터 겨우 1개월 만에 제국군은 그란셀 지방과 발레리아호의 레이스톤 요새를 제외한 왕국 전토를 점령했다. 왕국의 우방이자 제국과 오랫동안 대립해 온 칼바드 공화국도 그 신속한 전격 작전 앞에 원군을 파견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제국군은 차이스 중앙 공방과 말가 광산을 접수하고는 왕도의 여왕에게 항복할 것을 촉구했다.

<반격 작전>

개전으로부터 2개월 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형태로 국면이 변화하게 된다. 3척의 군용 경비정이 레이스톤 요새 내에서 개발되어, 노장 모건 장군의 지휘 아래 대규모 반격 작전이 실행된 것이다.
전차를 아득히 뛰어넘는 중장갑고 고성능 도력 병기를 대량으로 탑재하고도 시속 1800세르쥬의 기동성을 실현한 경비정——— 이것을 이용하여 정예 중의 정예로 불리는 독립 기동 부대가 지방 사이를 잇는 관문을 탈환했다.그리고 왕국군의 총 병력이 레이스톤 요새에서 수상정으로 출격하여 각 지방에서 고립된 제국군 사단을 각개 격파한 것이다.

<종전>

개전 3개월 후, 각지에서 저항을 계속하던 제국군 사단 대부분은 항복했다. 제국 본토에서 추가 증원의 움직임도 보였으나, 이 시점에서 칼바드 공화국을 중심으로 대륙 여러 국가가 모여 제국에 비난 성명을 내고 원군 파견의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그런 가운데 칠요교회와 유격사 협회가 정전을 호소, 개전 약 백일 만에 전쟁이 종결되었다.
이듬해 1193년, 왕도 교외 에르베 별궁에서 리벨=에레보니아 간의 강화 조약이 맺어졌다. 배강금을 지불하지는 않았으나, 제국 정부가 「불행한 오해로 빚은 과오」라는 표현으로 정식 사죄 성명을 냈다.

루안 경제사 상권

루안 경제사 ~ 상권~
~ 목차 ~
서문 경제사와 분석 방법
  1. 《도력 혁명》이전의 루안 경제
    항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도시의 변화
    상업의 발전과 제3계급의 대두
  2. 귀족제 폐지와 지방 경제
    과점 체제의 붕괴

<상권 서문>

경제사란, 사람들의 행위 중 하나인 경제 활동을 역사적으로 되돌아보고, 그 발달 과정과 미래에 대해 고찰하는 학문이다.
《도력 혁명》 이후의 세계는 경제의 역학이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송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와 생산성 향상은 대륙 규모의 물자와 사람의 흐름을 만들어 내었고, 여려 국가 간의 이해는 보다 명확한 구도를 수반하여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본서는 《도력 혁명》 이전부터 순서대로 역사를 더듬어 리벨 왕국, 그 중에서도 이 루안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의 발달에 관한 분석을 진행해 나간다.

루안 경제사 중권

루안 경제사 ~ 중권~
~ 목차 ~
서문 《도력 혁명》 이후의 세계
  1. 루안과 《도력 혁명》
    비행선 시대의 도래와 해운업
  2. 《백일전쟁》과 제국
    전쟁 전후의 물류 상황
    변화하는 《제국》과의 거리

<중권 서문>

《도력 혁명》의 은혜는 경제 활동의 기반인 생산과 운송 쌍방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수공업의 도력화는 노동력의 집약을 거치지 않고 생산성을 향산시켜 중세 스타일의 장인 조합을 기업화, 다양한제품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는체제를 만들어 갔다.
한편 비행선을 비롯한 운송 기술의 진보는 단번에 경제적 경쟁을 국제화시켜 지극히 실리적인 국가 간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역으로 말하면, 오느날 어떤 지역의 어떤 분쟁도 배경에서 경제적 대립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안 경제사 하권

루안 경제사 ~ 하권~
~ 목차 ~
서문 《백일전쟁》과 루안
  1. 전쟁 후의 루인 경제
    새로운 기업가의 등장
    관광 자원 개발 정책의 빛과 어둠
  2. 신세대에게 주어진 과제
    정기선 항로의 국제화와 루안

<하권 서문>

《도력 혁명》 이후, 운송 기술이 크게 진보하는 중에도 여전히 루안 경제의 중심은 항만을 이용한 수출입이었으며, 에레보니아 제국은 그 주된 무역 상대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백일전쟁》 후 제국과의 관계가 냉각화되는 것은 이 항구 도시에 있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사태는 루안의 경제인을 새로운 길로 이끌어, 결과적으로 관광 자원 개발이나 국내 수요를 찾아내는 등의 사업이 개척됐다.
현제 이 시책들은 점차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지만, 한편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를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양이어 일상 회화 입문

내일의 요리

결정 광학론집

에르베 딱따구리의 생태

하츠 소년의 모험 상권

하츠 소년의 모험 하권

31그루의 측백나무

루크의 일기

『나는 브레이서』

나는 브레이서.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화를 지키며 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오늘도 의뢰를 받아, 나는 현장으로 향했다.
목장에 있는 소의 젖짜기. 이것이 내 첫 의뢰였다.

다음 의뢰는 농원의 밭을 가는 것이었다.
내게는 식은 죽 먹기 같은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의뢰는 아이 돌보기다.
돌보기 정도는 편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어다.
그 집에는 아이가 일곱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나라도 일곱 명의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단 말이지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아 주고, 싸움을 말리고, 세탁과 청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등 애보기 이외의 일도 했으니까 말이야.

나는 배가고프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길드에 보고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포기하면 폼이 안 살잖아?

겨우 길드에 도착하니 어느 브레이서가 나를 뚫어져라 봤다.

그렇다, 나는 이 마을에서 유명한 브레이서다.

다른 브레이서가 나를 주목하는 것은 언제나 있던 일이다.
내 성과를 보고 시기하는 거겠지.

어쨌든 나의 일을 보고하기 위해 접수처에 가기로 했다.
그때 뒤에서 옷깃을 잡아당기는 녀석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마수보다 무서운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주먹으로 내 머리를 때리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집안일도 돕지 않고 언제까지 브레이서 놀이나 하고 있을거냐!」

결국, 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집까지 끌려가서 지겹도록 꾸지람을 들었다.

나쁜 짓은 일체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모욕적이군!

나는 자칭 브레이서.

나는 오늘도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며, 어떤 의뢰라도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