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하늘의 궤적 1st 서적 일람
리벨통신
카넬리아
제1회 《제국시보》Ⅰ
나는 회전문 앞에 서서, 부츠의 뒤꿈치를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코트 옷깃을 올리고 턱을 끌어당기고 유리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가지런한 짧은 머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흔한 가죽 코트와 가죽 부츠는 사실 철판으로 보강된 특별 주문품이지만, 보기에는 평범하다. 평범한 외견——— 예나 지금이나 나의 직업은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잿빛으로 빛나는 아침 안개 사이로 큰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가 마치 진자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때때로 행상인의 목소리에 흐름이 끊기지만 그 소리는 바로 흐름을 되찾는다. 제도의 아침은 언제나 회색이다. 판매원의 옆구리에서 잡지를 낚아채고 뒤쪽으로 미라를 던져 준다. 잉크의 수수함까지 눈에 익은 《제국시보》. 표지를 열고 회색 지면 위를 눈으로 훑자 문득 숨이 막혔다. 사회면 제일 아래쪽에서 그 문자를 찾았다. 나의 시선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인 셀너트」——— 문자가 의미를 잃고 단순한 잉크 얼룩이 될 때까지 같은 행을 바라보았다. 몇 초의 공백 후 마침내 시선은 기사의 마지막까지 흘러내렸다. 기사를 읽는 동안 기억이 과거의 한부분으로 향하고 천천히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들은 3년전,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향해서———
3년 전 그날 오후의 제도도 변함없이 회색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22세의 나는, 평소처럼 부티크의 문에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미휴트 제도공방》에 가고 있었다. 점주 미휴트에게 새로운 일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휴트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으로도력기 조정이 취미였던 나는 얼마 안 되는 단골이었다. 질퍽질퍽한 골목길을 지나 썩어 가는 나무 문을 빠져나가면 반지하에 있는 공방 입구에 흐릿하게 빛나는 도력등이 보인다. 미휴트가 나아게 「일」을 주게 된 것은 《백일전쟁》으로 세상이 어수선할 때쯤이었다. 당시 리벨 왕국과 제국의 관계는 최악이어서 도력기의 수입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다. 수상한 놈들과 함께 밀수를 시도한 미휴트는 나에게 운반책을 맡겼다. 평민 출신에 연줄도 없는 10대의 나는 당연히 그 일을 맡았다. 왕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거의 장물 전문 운반책이 된 것 같지만,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꾸준히 미라를 벌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눈에 잘띄지 않는 외모의 나는 모자나 바지 속에 물건을 숨기고 국경을 계속해서 왕복했다. 덕분에 내 지갑은 점점 무거워져갔다. 더불어 안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나는 경박한 필이기도 했고, 재주꾼 루니이기도 했고, 동시에 겁쟁이 크리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휴트는 나를 「토비」라고 불렀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 일할 때 사용한 가명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제2회 구동
「어서와, 토비. 마침 잘왔어」 그렇게 내게 인사를 하며 미휴트는 카운터에서 뭉그적거렸다. 먹고있단 과자를 무릎 위에 놓고, 설탕투성이가 된 손을 탁탁하고 털자, 어두운 가게 안이 달콤한 냄새와 구운 사과 냄새가 퍼졌다. 「마침 물건이 도착했단 말이지」 미휴트는 상반신을 돌려 뒤쪽의 찬장에서 오래된 잡지에 쌓인 물건을 꺼내주었다. 「이번엔 뭐야?」 알려주지않은 것은 알면서도 물어봤다. 「상대는 왕국의 그곳이다」미휴트는 질문을 무시하고 철도와 비행선의 티켓을 건넸다. 「토비,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
매번하던것처럼 똑똑하게 굴라고」 내가 싶은 한숨을 내쉬자, 미휴트는 손가락으로 눈 아래를 문질렀다. 그 손에서 또 과자 냄새가 퍼졌다. 그가 손으로 과자를 집어 입에 넣기 전에 나는 가게를 나섰다. 나는 옆구리를 통해, 가방 안에서 헌 종이에 싸인 물건이 구르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장물이겠지. 딱히 불안은 없었다. 정체불명의 물건을 나르는 것은 익숙했고, 지금까지 어떤 트러블이 있더라도 잘 넘겨 왔다. 실제로 일을 하며 쌓은 경험도 있어서,도력 마법 지식과 솜씨는 상당히 괜찮았다. 덕분에 역에서 수상한 녀석들을 목격해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는 일은 없었다. 승강장은 왕국 방면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으로 혼잡했다. 벤치에도 자리가 없어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구 가까이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안을 바꿔 들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남자 2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개찰구 앞, 정확히 제국 문장의 말머리 타일 부근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다. 곧 1명이 더 와서 대화에 합류했다. 지켜보니 녀석들의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다. 체격이 굉장히 좋은데다 머리 스타일까지 같은 저 3명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 3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는 가방을 고쳐 들고 주머니 안에 있는 도력기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주변에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퍼졌다. 도력 기관의 낮은 울음소리가 멀리서 느껴지더니 곧 어깨까지 다가왔다. 「괜찮을 거야」 입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끼익거리는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며, 검은 빛의 쇳덩어리가 선로에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도력기관이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역추진을 거는 것이 공기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인파에 밀리듯 나도 객차의 문 쪽으로 밀려갔다. 차창 옆을 지나갈 때, 순간 개찰구 쪽에 시선이 흘러갔다. 아까 그 남자들은 없었다. 타일로 만든 말의 얼굴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